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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야 할 돈 집으로 숨는다

자산가 "1%대 금리로 예금해봤자…" 개인금고 구입 급증

지난달 금고 판매 전년대비 47%↑

고액자산 5만원권으로 보유 탓

환수율 1~2월 15%로 떨어지기도

최근 저금리 탓인지 개인금고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6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금고제작 전문업체 직원이 고객들에게 배달할 금고를 점검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돈이 집으로 숨고 있다.

저금리의 영향인지 올 들어 개인금고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업체별로 지난해보다 평균 30~40%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진 후 더욱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은행에 돈을 맡겨 적은 이자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현금을 집에 고이 모셔두는 게 낫다'는 심리 때문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예금이자가 많지 않으면서 금융자산이 드러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5만원권 회수율이 급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6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3월 한달간 개인금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나 급증했다. 이 업체에서 판매되는 개인금고 수요는 올 들어 크게 늘기 시작해 1%대 금리 시대에 접어든 3월에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3월 판매량은 2월 대비 40%나 뛰었다.

옥션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화재와 외부충격에 강한 40만원대 개인금고가 많이 팔린다"면서 "저금리 탓에 현금을 그냥 집에 보관하기 위해 다소 비싸더라도 기능이 좋은 금고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고제작 업체인 S사의 경우도 올 들어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량과 주문량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개인금고 제작 주문이 껑충 뛴 것만은 분명하다"며 "대략 40% 정도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서 20년 동안 금고 소매상을 하고 있는 전모씨는 "과거에는 법인에서 사용할 대형금고 위주로 영업을 해왔지만 이제는 개인금고를 찾는 비중이 늘었다"면서 "판매되는 금고 중 개인금고 비중이 60% 정도 된다"고 전했다.

최근 개인금고를 구입한 김모(56·광명 철산동)씨는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도 거의 없는데 보유자산만 노출돼 손해 보는 것 같아 (금고)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1년간 1억원을 예치해도 이자는 200만원 남짓하니 다른 투자처를 찾아보겠다며 5만원권을 요청하는 이들이 과거에 비해 자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개인금고 판매 증가는 최근 5만원권 환수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48.6%의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지난해 29.7%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더욱 낮아져 1~2월 평균 15%까지 하락했다. 5만원권 100장이 발행되면 겨우 15장만 회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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