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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 조정 무용지물… 현대차처럼 타협 의지 없으면 혈세만 낭비

결정권자 나오지 않고 형식적으로 참여 많아<br>소모적 제도 개선하고 노사 인식전환도 필요


"중노위에서 기존 입장이 되풀이될 겁니다. 새로운 대안이 나올 일은 없을 거예요."(현대차그룹 사측)

"협상이 될 거 같았으면 중노위까지 오지도 않았죠. 사실상 파업으로 가는 절차라고 보면 돼요."(현대차그룹 노측)

지난 19일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노동쟁의 조정회의에 들어서는 노사 관계자들은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듯이 말했다. 머릿속에 이미 파업을 결심한 노측과 교섭안 자체를 내놓지 않은 사측 사이에서 타협의 여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회의 시작 3시간20여분 만에 중노위는 조정 실패를 의미하는 '조정 중지'를 선언했고 양측 대표단은 일상적인 통과의례를 거쳤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와 서로 악수를 나눈 뒤 헤어졌다.

노사 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의 조정기구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사례에서처럼 협상할 생각이 없는 노사 앞에서 중노위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6일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58건의 조정 가운데 조정 수락(9건)과 합의 취하(19건) 등으로 조정에 성공한 사례가 28건에 그쳤고 조정 거부(16건)와 조정 중지(14건) 등 조정에 실패한 사례가 30건에 달했다. 조정 중지의 경우 앞선 현대차 사례와 비슷하게 노측이 파업을 목적으로 신청하거나 사측의 타협 의지가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노위 조정이 한번 열리려면 학계나 재계ㆍ노동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공익ㆍ근로자ㆍ사용자 위원이 3명씩 참여해야 하고 담당 공무원들도 하던 일을 미루고 나와야 한다. 위원들과 노사 대표단에는 각자 회의시간에 따라 10만~15만원의 수당도 지급된다. 처음부터 조정 가능성이 없는 노사를 위해 회의가 개최될 경우 행정력과 세금이 그대로 낭비되는 셈이다. 중노위 공익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대학 교수는 "형식인 자세로 조정에 나온 노사를 보고 있으면 내가 들러리가 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타협 의사가 있는 노사를 조정하는 데 중노위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파업을 목적으로 한 중노위 쟁의신청을 간결하게 따로 처리하는 방안과 중노위 위원을 노사가 직접 선택(현재는 중노위 강제배정)하게 해 조정 성립률을 높이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노위 조정 때 노사 양측의 실제 결정권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리인들은 교섭능력에 한계가 있어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각 대표들을 조정에 참석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대리인이 나와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강제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모두 공적 조정(중노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조정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평화적인 조정이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 조정문화가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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