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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3부> '서바이벌 금융게임' 다시 시작됐다 ① 미국

유럽 위기 불똥… 시위대의 분노… 위협받는 '월가 금융패권' <BR>유럽 은행들 불안 커지며 美금융사도 위험에 노출 <BR>임직원 연봉 잔치에 반발… 커지는 개혁 목소리 불구 <BR>"달러 움직이는 세계 심장 급격 변화는 없을것" 분석도



1920년 9월16일 맨해튼 남단, 당시 최고의 금융기관이었던 JP모건 은행 옆 월스트리트에서 마차 한 대가 질주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40여명이 목숨을 잃고 JP모건의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JP모건 2세의 아들 줄리어스 모건이 큰 부상을 입었다. 뉴욕경찰의 끈질긴 수사에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다만 인근 브로드웨이의 한 우편함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편지가 발견되면서 월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의 소행이라는 추측만 나돌았다. 그로부터 91년 후인 지난달 17일부터 또 다른 분노가 월스트리트를 강타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탐욕'과 '부패'에 분노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다. 100년 이상 세계의 금융패권을 차지해온 월가를 위협하는 것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분노뿐만이 아니다. 유럽발 채무위기 역시 월가의 거대 금융회사들을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격변했던 월가의 판도가 3년 만에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 나온 미 의회보고서는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스페인(PIIGS)의 채무 문제가 프랑스ㆍ독일ㆍ영국의 은행 등 유럽 금융시스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독일과 프랑스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는 1조2,000억달러를 넘고 PIIGS에 대한 익스포저도 6,410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 은행에 대한 위험노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모건스탠리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프랑스 은행들이 부실화된다면 모건스탠리 역시 부실 확대, 신용등급 강등 등의 위기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또 다른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경험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지적에 "문제가 있는 유럽 국가에 대한 미국 은행들의 익스포저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유럽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퍼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정서다. 주요 금융회사들의 주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졌는데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전후해 JP모건은 베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를, 웰스파고는 와초비아은행을 사들이는 등 대형 금융기관 간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이 전개된 바 있다. 이번에도 이러한 인수합병(M&A)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끊임없이 가라앉는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침체,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금융회사들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주춤했던 금융개혁의 속도도 미 전역으로 확산된 '월가 점령' 시위 때문에 다시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던 미 정부는 대마불사를 막고 금융회사들의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해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월가의 집요한 로비로 이 법은 시행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부규칙을 마련하지 못해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과도한 임직원에 대한 보상 등의 행위도 공분을 사고 있다. 2009년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직원 1인당 59만달러와 46만달러의 보너스를 뿌렸다. 또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기본급과 스톡옵션을 포함해 2,080만달러를 챙기는 등 대형 은행의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챙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시위와 관련, "금융위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위기의 장본인들이 개혁노력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금융회사들의 탐욕을 제어하고 금융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문제는 내년 대선의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월가의 금융패권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된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의 다양성, 시장의 깊이 등의 면에서도 다른 시장들이 따라오기 어렵다. 월가는 도전을 받겠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의 중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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