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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 항소심 징역3년 실형

"건강 심각한데…" CJ, 예상 밖 결과에 당혹

조세포탈 251억원 유죄… 횡령은 대부분 무죄 판단

"사업·투자프로젝트 차질… 그룹 성장동력 훼손 우려"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내심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CJ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이 회장에게 "국가의 조세징수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시민의 납세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사안이 중대하다"며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징역 4년이 선고됐던 1심 때보다는 1년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2,500만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차명주식·부외자금 조성과 관련됐으며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한 조세포탈 251억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또 115억원 상당의 법인자금 횡령과 309억원 상당의 배임 등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SPC를 이용한 조세포탈 행위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횡령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법인자금 횡령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면소됐으며 조성 당시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횡령액이 719억원, 배임은 392억원, 조세포탈은 546억원으로 보고 기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차명주식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그 이후에 다시 세금을 포탈한 점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동기와 수법,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영향력에 해당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보유했던 차명주식 중 일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한 것으로 보일 뿐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포탈 세액을 모두 납부했으며 국내 차명주식을 대부분 정리했던 점,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횡령·배임 등으로 발생한 손해의 대부분이 회복돼 피해를 입은 회사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구속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취소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가 종료되는 오는 11월21일까지는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 머물 수 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부외자금 횡령이 무죄로 나온 데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무죄로 주장했던 나머지 공소 사실이 무죄로 인정되지 않아 아쉽다"며 "특히 수형생활을 감당할 수 없는 건강 상태이고 모든 피해가 변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돼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복과 마스크 차림에 수액 2팩이 연결된 휠체어에 올라 법정에 들어선 이 회장은 재판 내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힘겨워했다. 선고 이후 CJ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를 탄 채 곧바로 법정 밖으로 나간 이 회장은 휠체어에서 구급차로 옮겨지면서도 괴로워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CJ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감 생활이 곧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어 실형 선고에 대해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상고심을 통해 다시 한 번 법리적 판단을 구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만큼 사업과 투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CJ그룹은 경영과 투자에 크나큰 차질을 빚어왔다. 오너 부재 상황에서 수천억원대 자금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진행해오던 대규모 사업을 연이어 포기하기도 했다. 올해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 내 골프장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한편 동부산관광단지 영상테마파크 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지만 협약을 해지하고 철수했다. 또 올해 착공할 예정이던 경기 광주시 대규모 수도권택배허브터미널 사업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장기적 측면에서 CJ의 성장동력이 자칫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J는 현재 현금 흐름 위주의 긴축경영을 펼치면서 해외 물류기업, 사료기업 인수 등 글로벌 인수합병(M&A) 협상도 모두 손놓고 있다.

이 같은 보수적 행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이나 투자·M&A 등 모두 총수의 신속한 결정과 리더십이 필요한데 중요한 성장시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총 1,657억원의 세금포탈과 회삿돈 횡령, 배임을 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으며 올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신부전증 치료와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4~5월을 제외한 기간 동안 줄곧 구속집행정지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동기(58)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형 선고유예를, 배형찬(57) 전 CJ재팬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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