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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테크기업, 벤처 창업 밑거름으로 부활

블랙베리 퇴사 직원들 캐나다 워털루·키치너시서

작년 450개 스타트업 설립 실업률 낮추며 지역경제 살려

노키아 출신도 IT벤처 창업… 욜라 등 강소기업 만들어


블랙베리와 노키아 등 한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았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락한 후 벤처 창업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DNA를 지닌 '디아스포라', 즉 전직 직원들이 벤처 창업에 나서 수백개의 새로운 '강소'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탄생하고 있다.

17일 로이터통신은 블랙베리 본사가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시는 최근 벤처붐이 일어나면서 제2의 실리콘밸리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휴대폰 부문에서 세계 선두기업이었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이 급속히 악화돼 지난 2008년 800억달러에 달했던 기업가치가 지금은 40억달러로 20분의1토막이 났다. 기업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블랙베리의 DNA를 가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벤처 업계에 뛰어들며 워털루와 인근의 키치너시 등 두 도시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현지 컨설팅 업체인 커뮤니테크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에만도 이들 지역에서 450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됐다. 이는 2009년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 중 상당수는 블랙베리 출신이 창업했거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블랙베리에서 13년간 근무하다 2011년 퇴직한 테이크 벨셔는 삭제 데이터를 복구하는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매그넷포렌직을 설립했다. 그는 "블랙베리의 성장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수많은 경험을 축적했다"며 "이를 토대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근 8,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학습 소프트웨어 디자이어투런, 신체 움직임을 포착한 손목밴드 개발사 탈믹 등도 전직 블랙베리맨이 창업하거나 참여한 벤처기업들이다.

이 같은 벤처붐의 또 다른 배경은 인재 독점구조가 깨졌다는 점이다. 온타리오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협동 교육을 자랑하는 워털루대가 있기는 하나 현지 기업들은 '인재 블랙홀'이었던 블랙베리 때문에 우수직원 채용이 쉽지 않았다. 워털루대의 래리 스미스 경제학 교수는 "블랙베리가 몰락하면서 풍부한 인적자원이 벤처 업계에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이 왕성하게 이뤄지면서 벤처캐피털도 몰리고 있다. 커뮤니테크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50만달러에 불과했던 벤처 투자금이 지난 4월 말에는 2억3,5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지역경제도 살아났다. 워털루 지역의 실업률은 2010년 8.3%였으나 지난해는 6.5%까지 내려갔다. 이는 캐나다 평균 실업률 7%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무실과 주택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람보르기니·페라리를 쉽게 볼 수 있고 고층 고급주택과 음식점도 크게 늘어났다"고 레인 크루그먼 커뮤니테크 CEO는 말했다.

캐나다 대표 IT 기업인 블랙베리는 쇠퇴했지만 창업붐의 씨를 뿌린 사례는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가 강소 벤처의 자양분이 된 것과 판박이다. 한때 핀란드 전체 법인세의 20%를 담당했던 노키아가 몰락하자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노키아 출신 인재들이 앞다퉈 IT벤처 창업에 나서면서 앵그리버드, 휴대폰 제조업체 욜라 등 강소기업들이 등장했다. 잘나가는 대기업 노키아에만 몰렸던 핀란드 인재들이 자생의 길을 찾으면서 수천개의 '강소 노키아'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핀란드와 캐나다의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육성, 민관 연계 벤처 창업 인프라, 강소기업 육성제도 등이 크게 작용했다. 캐나다 정부는 1억8,300만달러의 스타트업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노키아는 퇴직자들에게 창업 종잣돈뿐 아니라 은행대출 알선, 기술개발까지 지원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해 1만4,000명의 퇴직자가 1,000개의 신생기업을 설립하는 데 밑거름을 제공했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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