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9월 5일. 평양에 지하철이 처음 등장했다. 평양 지하철은 북한 정권 수립 25주년에 맞춰 건설됐다. 평양지하철의 첫 노선은 1973년에 완공된 ‘천리마선’. 이후 ‘혁신선’, ‘만경대선’이 잇달아 개통되며 3개 노선이 구축됐다. 평양 지하철의 총 연장은 34km이다. ‘천리마선’과 ‘만경대선’이 합쳐진 남북노선은 14km에 이르며 혁신선이 포함된 동서노선은 20km에 달한다.
평양 지하철은 중국 관영 신화뉴스가 선정한 ‘세계 10대의 지하철’에 소개될 만큼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평양 지하철이 이렇게 화려한 데는 북한 정권의 체제 과시와 인민들의 사상교육 강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평양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주체사상이 구현된 지하공간으로 설계됐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하철 내부 벽화, 조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일터로 나가는 씩씩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긴 ‘부흥역’의 벽화와 복구된 평양 시가지를 형상화한 ‘영광역’의 벽화가 대표적이다. 지하철 내부는 웅장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형성하기 위해 아치 모양의 천장과 대리석·화강석의 벽면들로 구성해 놓았다.
평양 지하철의 목적은 군사적 목적이 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시, 전쟁 준비를 도모하기 위해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은 지상에서부터 100~120m정도 아래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지하철 터널(30~40m)보다 3배 정도 깊은 수준이다. 승강장 입구는 원자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두꺼운 아연 재질의 문이 설치돼 있다. 또 지하철 터널 간격의 150m마다 군사 터널을 마련해 유사시 병력 집합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다.
세계적인 군사·테러분석가인 요제프 보단스키(Yossef Bodansky)는 그의 책 ‘한국의 위기(1994)’에서 “북한은 전시 작전 지휘소를 평양시 지하 100m 지역에 완공하였는데 이는 미로처럼 얽힌 터널과 연결되어 있으며 평양지하철 시스템이 이 터널 시스템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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