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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 도발 어떻게 대응하나

한-중 악화, 남남갈등 노렸지만 민·정·군 단결로 北 도발 저지

대북심리전 수단 개발·무기화를


박창희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

한-중 악화, 남남갈등 노렸지만

정·군·국민 단결이 북도발 저지

대북 심리전 수단 무기화 필요

북한이 도발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도발은 천안함과 같은 은밀한 도발도, 연평도와 같은 기습 도발도 아니다. 전선에 배치된 부대에 ‘전시상태’를 선포해 최고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화력부대를 전방지역으로 재배치하면서 대규모 공격 위협을 가하는 ‘전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나아가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 기간에 도발함으로써 김정은이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위대한 지도자임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중국군 유해 송환, 그리고 박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등 최근 긴밀해지고 있는 한중관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왜 군사적 도발인가? 아마도 김정은은 전쟁공포를 조성해 남한사회를 패닉상태에 빠뜨리면 우리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전방에 배치된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를 조준사격하더라도 정부와 군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이 조장되고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반전여론에 밀려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이고, 북한에 대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해 5·24조치를 비롯한 대북 강경책에서 선회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극적인 군사적 도발일수록 수지맞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국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을 너무 쉽게 봤다. 우리 군은 북한의 고사포 1발 및 화포 3발의 포격에 대해 29발의 사격을 가하며 단호하게 대응했다. 박대통령은 즉각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데 이어, 3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이 도발하면 가차없이, 단호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북한이 도발할 경우 철저하게 응징할 것임을 밝혔다. 국민들의 대응도 달라졌다.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우리 정부와 군이 북한의 위협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도발은 이미 실패했다. 전쟁위협을 통해 정치적으로 원하는 것을 한국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이 이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직접 지휘하며 기획한 이번 도발에서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그의 통치력은 심대한 손상을 입을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더 큰 도발을 야기해 앙갚음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러한 추가 도발은 더 큰 실패를 안겨줄 것이다. 당장 전방에서 교전이 이루어진다면 군사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오히려 북한일 것이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경제는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며, 한국정부는 본격적으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정권의 목을 조르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도발은 김정은 체제와 북한군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비록 북한은 그동안 ‘선군정치’를 통해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지만 그들의 군대는 ‘적’이 흘려보내는 세상 소식에 무너질 정도로 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동안 막연히 추정해왔던 북한의 아킬레스건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마땅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했던 우리 군으로서는 확성기 방송뿐 아니라 다양한 대북 심리전 수단을 개발하고 무기화할 필요가 있다.

프러시아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수행하는 세 주체로 ‘정부, 군, 그리고 국민’을 들었다. 전쟁위협에 맞서 세 주체가 힘을 모은다면 어떠한 위협도 극복할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의 전쟁도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한 것은 바로 우리 정부, 군, 그리고 국민이 보여준 삼위가 일체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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