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개발도상국의 재정건전성이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당시 한국은 위기에 대처할 재정 여력이 충분했다. 당시 한국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에 불과했으며 재정수지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국 정부는 2009년 역대 최대규모(28조4,000억원)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과감히 재정지출을 늘렸다. 덕분에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GDP 하락을 막을 수 있었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2012년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재정 여력이 크게 줄었다는 게 세계은행의 설명이다.
세계은행은 중국도 한국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2007년 GDP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0년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재정 여력이 떨어지면서 재정정책의 효과를 나타내는 재정 승수가 위기 이전의 3분의1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중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재정 여력을 복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별도로 소개되지 않았으나 저유가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세계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성장률 하락 추세 탓에 지난해보다 0.2%포인트 감소한 6.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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