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그 긴장감마저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위기가 있었지만 원할 때마다 구속을 바꾸는 등 상황에 맞게 잘 대처했다." 돈 매팅리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감독이 또 한번 류현진(27)의 대범함과 위기관리 능력을 칭찬했다.
왼손 투수 류현진이 어깨 부상 회복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 시즌 6승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의 개인 통산 20승째.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미국프로야구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안타를 내줬지만 사4구 없이 탈삼진 4개를 곁들여 2실점으로 막았다. 12대2로 크게 앞선 7회초 수비 때 마운드를 제이미 라이트에게 넘긴 그는 점수 변동 없이 승리하면서 6승(2패)째를 챙겼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9가 됐다.
◇'10피안타 2실점' VS '11피안타 11실점'=류현진은 이날 안타를 10개나 맞고 3회를 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단 2점만 내줬다. 반면 피츠버그의 선발로 나선 메이저리그 2년차 신예 브랜던 컴턴은 3⅔이닝 동안 11안타 2볼넷 11실점(10자책)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 타선의 활발한 지원 이외에도 류현진의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보여준다.
류현진의 총 투구 109개(스트라이크 73개) 중 66개를 던진 직구의 최고 구속은 시속 94마일(시속 약 151㎞)이었다. 7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친 닷새 전 신시내티전에서 시속 150km를 넘는 공을 26개나 던졌지만 이날은 피츠버그 간판 타자 앤드루 매커천에게만 151km짜리 공 2개를 던졌다. 컴턴은 경기 내내 150~151km 직구를 뿌렸다. 류현진이 구속에선 뒤졌으나 팀이 초반 대량 득점하자 강약 조절과 직구의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요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1회초 1사 1루에서 매커천을 상대로 5구까지 모두 바깥쪽으로 던지다가 6구째에 몸쪽 직구를 찔러 손쉬운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1회에 1개도 던지지 않은 슬라이더를 2회초 첫 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3개 연속으로 던진 지능적인 볼 배합도 돋보였다. 5회초 무사 2, 3루 위기에서 닐 워커를 유격수 직선타, 매커천을 3루수 땅볼, 가비 산체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압권이었다. 류현진은 최근 3연패를 당한 팀도 위기에서 구했다. 다저스는 핸리 라미레스의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로 시즌 57경기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면서 '물방망이' 오명을 씻을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인 4번째 MLB 20승…페이스는 가장 빨라=류현진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MLB) 데뷔와 함께 30경기에서 14승8패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0경기 만에 6승째를 거둬 MLB 통산 40번째 경기에서 20승을 채웠다. 한국인 투수로는 박찬호(476경기 124승), 김병현(394경기 54승), 서재응(28승)이 20승 이상을 올렸다. 두 경기당 1승 꼴을 기록한 승수 사냥 페이스는 가장 빠르다.
20승 중 지구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가장 많은 3승씩을 거뒀다. 피츠버그와 신시내티 레즈, 뉴욕 메츠로부터 2승씩을 빼앗았고 1승씩 따낸 팀은 8곳이다. 승리한 20경기에서 자책점은 29점(평균자책점 1.99)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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