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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울산 도심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장생포 해안길을 따라 지정된 고래문화특구. 그 중에서도 남구 야음장생포동의 장생포 근린공원에는 오는 15일 준공을 앞둔 고래마을이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고래문화특구는 고래박물관과 돌고래쇼 등을 볼 수 있는 생태체험관은 물론 바다로 나가 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고래여행선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미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과거 고래잡이 마을을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울산시는 물론 주민들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고래마을은 1970년대 장생포를 재현한 옛 마을로 10만여㎡ 규모로 조성 중이다. 이곳에는 추억의 학교와 우체국, 이발소, 선장의 집과 포수의 집, 고래해체장, 고래착유장 등 23동의 건물과 당시의 생활 소품이 1970년대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실제 고래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집채만큼 큰 밍크고래를 부위별로 나누던 고래해체장을 실물 크기로 그대로 복원해 만들어 놓은 게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해체장 안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길이 15m의 밍크고래 모형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밍크고래 주변에는 인부들 3명의 모형이 해체작업에 분주한 모습으로 과거 모습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그 옆에는 고래 기름을 짜는 착유장과 고래고기를 삶아 파는 고래막집도 보인다. 고래잡이 어부들이 즐겨 찾던 선술집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곳에는 1912년 장생포에 머물면서 '한국계 귀신고래'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미국의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 1884∼1960)가 묵었다는 하숙집도 복원해 놨다. 앤드루스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특구 안에 옛날 고래잡이 마을을 재현해 놓음으로써 국내 고래관광지의 패키지를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래마을 길을 한참 걷다 보면 마치 1970년대 장생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마을을 거쳐 올라가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6종류의 고래 모형을 만날 수 있다.
고래를 주제로 한 광장과 이야기길, 선사시대 고래마당과 수생식물원, 어린이 놀이터 등 특색 있는 여러 시설들이 함께 만들어져 있다.
상업 포경이 한창이던 당시 장생포는 포경선의 입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 마을 사람 모두 모여들었고 인심도 후했다고 한다. 속된 말로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지역 경제가 좋았다는 게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때 1만명을 웃돌던 장생포 인구는 포경 금지 이후 10분의 1로 줄었고, 노인 인구가 대부분이다.
이런 장생포가 고래를 테마로 한 특구가 들어서고 고래마을 개장까지 앞두고 있어 글로벌 고래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할 것으로 울산시와 주민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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