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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거래행위로 전락…사랑 그 씁쓸함에 대하여

■ 사랑은 왜 아픈가 (에바 일루즈 지음, 돌베개 펴냄)


남녀 간의 사랑(낭만적 사랑)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들여다 본다. 사랑의 감정 이면에 숨은 권력관계, 사회적 연결 고리가 무엇인지를 짚어나간다.

저자는'보바리 부인''폭풍의 언덕'등 고전들을 통해 19세기 사랑과'사회적 이동성'에 주목한다.'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엠마는 상류사회를 꿈꾸는 가난한 시골의사 부인이다. 엠마는 지주 로돌프 불랑제와 사랑에 빠지지만 불랑제는 함께 도망가기로 한 약속을 깨고 엠마는 절망에 빠진다.'폭풍의 언덕' 속 사랑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주인공 캐서린은 함께 자라며 사랑을 키워온 히스클리프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의 품위와 맞지 않다는 캐서린의 말을 우연히 엿들은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가버린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찾아 들판을 헤매지만 끝내 찾지 못하자 심한 병을 앓고 만다. 저자는 두 이야기가"사랑이 사회적 이동성, 즉 신분의 변화를 쟁취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어"'사회적 이동성'이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 사랑 못지않게 핵심적인 주제"라면서"사랑과 경제적 계산의 혼합은 현대인의 사랑에 주요한 특징이 됐다"고 분석한다.

오늘날 배우자 선택 역시'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장을 통해 이뤄진다. 사랑은'느끼다'는 감정의 영역이면서 동시에'고르다'는 선택의 영역이 됐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대성을 보여주는 행위이며, 사랑으로 인한 우리의 혼란스러움과 아픔의 출발이라고 본다. 이처럼'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는 경제적 거래행위로 전락한 20세기의 사랑에 저자는 씁쓸함을 표하기도 한다.



저자는 또, 현대사회 특징인 미디어가 사랑의 욕구 불만을 더욱 부추긴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현대판 신데렐라식 드라마는 성을 상품화시킬 뿐 아니라 상상력을 과도하게 부추겨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랑을 갈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상상력의 제도화'다. 이는 때때로 현대인에게 보다 깊은 사랑의 아픔과 절망을 안겨주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현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달라진 사랑의 의미를 예리하게 포착해 나간다.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엠마',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섹스 앤드 더 시티',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 온 숱한 고백담과 댓글 등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현대적 사랑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에서 읽어낸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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