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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토마스 베링어 테크아트 대표는 보수적인 한국의 자동차 문화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보수적인 운전자들을 설득하는 법을 배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테크아트는 독일 출신인 베링어 대표가 지난 1987년 설립해 현재 전 세계에 65개의 지사를 거느린 포르쉐 전문 튜닝(구조변경) 업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운전자들은 '순정을 지키는' 취향을 유지해왔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고한 자동차를 그대로 몰면서 내비게이션, 오디오 정도만 바꾸는 이들이 절대 다수였다. 베링어 대표는 "자신의 자동차를 꾸미는 이들을 위한 다소 실험적인 튜닝 서비스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소비자들을 위한 '얌전한' 튜닝 부품과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며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을 열정적으로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들과 다른 차'는 사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꿰뚫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날 테크아트와 공식 총판 계약을 맺은 국내 튜닝업체인 아승오토모티브그룹은 지난해부터 BMW·미니(MINI) 전문 튜닝 브랜드인 'AC슈니처', 아우디 튜닝 브랜드 '압트', 벤츠 전문인 '브라부스' 등을 잇따라 국내로 들여왔다.
흔히 자동차를 튜닝하려는 주 수요층이 젊은 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양한 소비자층이 존재한다는 게 서지훈 아승오토모티브그룹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40·50대, 심지어 60대 손님까지 오셔서 차를 튜닝해 간다. 어떤 손님은 딸을 동행해 본인과 딸의 차를 모두 튜닝해가기도 했다"며 "단순히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젊은층도 있지만, 나이가 많은 중장년층 역시 남들과 다른 차를 갖고 싶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튜닝 전시장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요청사항은 "남들과 다른 차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잘 된 튜닝은 성능과 편의성, 개성을 모두 충족시켜준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한 방식으로는 자동차 뒷편에 '리어 스포일러'를 달아, 보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면서도 공기 저항을 줄여 간접적으로 차의 성능을 높이는 식이다. 엔진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전자장치인 자동차전자제어장치(ECU)를 하나 더 추가해 성능을 높이면 다리에 덜 힘을 주고도 평소처럼 달릴 수 있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줄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섞이는 공기의 양을 늘림으로써 힘을 강화하는 '터보 차저'를 얹을 수도 있다.
물론 안전 등을 고려해 허용되는 한계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자동차를 튜닝할 때 일일이 정부의 허가를 받던 절차를 앞으로 최소화하고, 불법·합법 튜닝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예를 들어 리어 스포일러가 전폭 이상으로 길면 안 된다. 운전자의 부주의로 옆 차나 행인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쇼크업소버나 ABS브레이크·스트럿바·언더바·타이어 압력센서·차간거리 경보장치·실내방음시설·루프탑텐트 등은 별다른 신고·승인 절차 없이 추가할 수 있다.
반면 방전식 전조등(HID)·차폭 등을 추가하거나 수동변속기를 자동으로 또는 자동변속기를 수동으로 바꾸려면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3,000cc 엔진을 2,000cc 엔진으로 출력을 낮추거나 차의 면적 이상으로 돌출된 배기구·타이어를 다는 튜닝, 차체 높임이나 네온등 번호판, 일반 자동차의 캠핑카 개조 등은 아예 불법이다.
한편 국산차 업체들도 이 같은 시장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0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브랜드인 '튜익스(TUIX)'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예를 들어 '아반떼 튜익스'는 포인트 컬러가 들어간 색상이나 좀 더 스포티한 휠 5종, 차량 하단부에 설치해 차체 밑으로 흐르는 공기를 줄이는 프론트·리어스커트 등이 추가됐다. 기아차의 '올 뉴 쏘울'은 차체와 지붕 색깔을 달리한 '투톤루프'나 휠 커버 교체로 594가지의 색상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아직 운전자들의 넘치는 개성을 따라잡기엔 미미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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