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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파도가 그쳐야 달 그림자 보인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개인의 사적인 일에서부터 국가경영에 관한 일까지 뜻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고 내가 하는 일이 정당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쪽만 바라본 식견은 옳지 않아

연암의 '낭환집서'에는 이런 글이 있다. 황희 정승이 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딸과 며느리가 이(蝨)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다투고 있었다. 딸이 먼저 황희 정승에게 "옷에서 생기지요?"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이번에는 며느리가 나서서 "살에서 생기는 게 아닙니까?"하고 묻자 또 황희는 "그렇고 말구"라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찡그리면서 "송사를 하는 마당에 두 쪽을 옳다 하시니 누가 대감더러 슬기롭다고 하겠습니까"라고 하자 황희는 빙그레 웃으면서 딸과 며느리를 불러 "이라는 벌레는 원래 살이 아니면 생기지 않고 옷이 아니면 붙어 있지 못하니 두 말이 다 옳다. 옷과 살의 중간에서 생기느니라."라고 두 사람 간의 언쟁을 마무리 지었다.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백호 임제(林悌)가 어느 날 말을 타고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인이 대뜸 나서며 "나리께서 취하셨군요.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다른 한쪽에는 짚신을 신으셨으니."했다. 백호가 꾸짖으며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고 왼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짚신을 신었다 할 것이니 내가 뭘 걱정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내가 보는 한쪽만을 보고 반대편을 보지 못하면서 자신의 식견을 내세우는 것은 참다운 식견이라 하기 어렵다.

한나라 때 채옹은 '글씨를 쓰고자 한다면 먼저 마음의 회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송대의 유명한 서예가 미불은 연못이 있는 정자에서 조용히 글씨 연습을 했는데 주변의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들이 다 몰려들어 시끄럽게 자신들의 깜냥을 주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연못에서 개구리들까지 합세해 떠들어댔다. 평정을 찾던 미불이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면서 종이에 '止(그칠 지)'를 쓰더니 벼루를 싸서 연못에 풍덩 던지면서 "이놈들아 오늘이 너희 모친 생일날이더냐"하고 호통을 쳤다. 갑자기 개구리들은 조용해졌고 지껄이던 사람들도 서로 머쓱해 하면서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조용히 세상을 들여다볼 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조직해 차기 정권의 원활한 정권인수를 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ㆍ외교ㆍ국방ㆍ고용ㆍ정무ㆍ교육 등 국정전반에 대한 업무보고 청취와 국정과제를 설정하게 된다.



평정 찾아야 반대편도 볼 수 있어

이명박 정권에서 국민들을 첨예하게 대립시켰던 '제주해군기지'건설 문제, '4대강 사업'등도 이에 포함된다.

파도가 그쳐야 보인다.

고요한 상태에서 참다운 본성을 들여다보는(靜觀自得) 시간이 필요하다. 득도하기 전에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물구나무를 서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엇이 옳다는 말인가. 파도의 출렁거림이 심하면 달 그림자가 잘 안보이듯이 출렁거림이 그쳐야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달라이 라마의 지관론(止觀論)이 생각난다. 이제 지난해 말 대선과정 동안 국민 모두 거세게 출렁거렸던 마음을 추스르고 평정을 찾아야 할 때다.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비로소 반대편이 보일 것이니 이제 자신의 본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내 마음에 둥근 달이 흔들리고 싶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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