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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이 늘어나는 것은 증시의 과열을 경고하는 신호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켓워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지난주 미국 의료장비회사 메드트로닉스가 경쟁사인 코비디엔을 4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로써 올 들어 전 세계의 M&A 규모는 3조5,100억달러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이 집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가 높게 평가돼 있을 때 M&A가 활발하게 전개된다"며 "이는 기업들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높은 주가의 힘을 빌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매슈 로즈크로프 교수는 이와 관련해 "대규모 M&A는 주식 급락의 경고"라며 "지난 125년 이래 통틀어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진 최근의 5대 M&A가 해당 주가 급락으로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M&A 시장에서는 거래규모 100억달러(약 10조3,000억원) 이상인 '초대형 M&A'의 비중이 여느 때보다 크다. 1995년 이후 M&A 시장에서 초대형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2%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체 M&A 중 3분의1이 초대형 M&A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M&A 전문가인 데니스 뮐러 교수도 "최근의 M&A 증가는 시장이 위험스럽게 과다 평가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경고했다.
다만 뮐러 교수는 "반드시 허겁지겁 증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M&A 붐이 앞으로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증시 버블론이 꾸준히 제기돼오면서 최근 월가의 슈퍼 부자들도 5년간 이어온 증시 호조에 대해 조바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NN머니가 이날 미국 자산관리사인 US트러스트의 지난 5년간의 주식 상승장에서 크게 수익을 낸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만이 증시 전망을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는 완연한 비관론을 보였으며 12%도 '손해 볼까 걱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규제강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장기 양적완화 기조의 후유증을 특히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초장기 양적완화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만들었지만 실물경기에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짐 퀸란 US트러스트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슈퍼 리치들이 (더는)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여러 요소가 있다"며 "미국 기업의 수익 가능성을 주목하기보다 (언론) 머리기사에 더 연연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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