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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약 수정으로 사퇴한다면 누가 소신껏 일하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론이 갑작스레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인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해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과연 사임할 것인지, 배경과 이유가 무엇인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진 장관이 귀국하는 주중 이후에나 명확해지겠으나 지금까지 알려진 이유라면 퇴진은 안 될 일이다. 기초연금 수정은 되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결단이기에 그렇다.

진 장관이 왜 대선공약에서 후퇴했을까. 재정 때문이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노인 기초연금 공약에 14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은 39조원이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를 올 초 내놓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로는 17조원이 필요하다. 복지부가 오는 26일 발표할 최종안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진 장관은 오히려 격려 받아 마땅하다.

공약후퇴가 진 장관의 단독 결정도 아니다. 기초연금을 논의하기 위한 한시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7월 지급 대상을 모든 노인에서 소득하위 70~80% 노인으로 축소하고 금액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권고했었다. 위원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소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해 장관이 책임지는 모양새 역시 부자연스럽다.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복지부가 아니라 나라 살림살이를 나 몰라라 하는 태도다. 무리한 공약을 강행하는 일이야말로 무책임하다. 어떻게든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도 없이 덜렁 장관이 책임진다면 어느 부처의 어떤 장관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을까.



비단 기초연금뿐이 아니다. 복지 전반과 지방공약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한 마당에 장관이 공약 때문에 중도 하차하는 풍토라면 재정건전성 확보는 물 건너간 것과 다름 아니다. 박수 받아야 할 장관을 내치는 것만큼 무리한 인사도 없다. 국민들은 인기에 급급하기보다 미래를 위해 정책과오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정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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