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현칼럼] 두 가지 함정에 빠진 미국경제


8월 들어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시장도 이머징 마켓처럼 변동성이 높아져많은 투자자들을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시각을 바꿔보면 이번 주가 하락은 지난 2010년 8월 말에 벤 버냉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발언에서 시작된 2차 양적완화(QE2)효과에 따른 상승분을 반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시장은 기업들의 실적개선과 양적완화 조치에 힘입어 경제 펀드멘털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미국부채 문제로 대두된 더블딥(이중 침체)의 공포와 유로존의 해체우려로 인해 세계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회복세를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10년 9월 송현칼럼에서 세계경제는 국가 부채규모와 2008년 금융위기 근본 원인의 치유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새로운 위기의 두 번째 단계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금융위기를 헤쳐나오면서 미국은 두 가지의 함정(Twin Trap)에 빠져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관점에서의 부채 함정(Dept Trap)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단기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웠으나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신용조건을 맞추지 못해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금융기관에 투입된 천문학적 공적 자금은 큰 저수지에 갇혀 있는 물과 같이 필요한 전답에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신용경색과 유동성 함정으로 인해 FRB가 취할 수 있는 경기 부양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양적완화 조치에 앞서 금융기관의 초과 여유자금에 대해 벌칙성 이자(surcharge)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신용경색을 풀어 대출을 유도하는 것이 시급하다. QE2에서 나타났듯 이미 금리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천문학적 통화량이 풀려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양적완화 조치는 경기회복 효과보다는 인플레이션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나빠져 더블딥에 빠질 상황이 오면 FRB가 더 이상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QE3를 단행할 것이다. 미국의 연방부채는 거의 GDP(국내총생산) 수준에 가깝고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하면 GDP의 약 150%로 추정된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연간 1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GDP의 10%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3,000억-4,000억달러였던 데서 급속히 늘어났다. 물론 재정적자 감축은 장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미국경제 자체가 도움 없이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감축은 미국경제를 다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개인ㆍ기업 등 민간섹터의 부채 증가 없이 국가부채를 줄이면 결국은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신용이 부채이고 부채가 곧 신용이다. 국가부채를 줄이려면 먼저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사기업들에 신용공급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경제전반의 위축 없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의 부채감소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여건에서는 지금의 경기조차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공적 지출을 늘일 때지 줄일 때가 아니다. FRB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고 워싱턴의 정치인과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FRB만 바라보며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8년 집권의 결과물이라 하며 공화당의 협조가 없어 경제를 못 살린다고 비방하며 공화당은 1년만 더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로 보고 겉으로는 재정적자 축소를 명분 삼아 부양책에 제동을 걸어왔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 해법이 정치적 문제화되고 있고 미국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눅눅하게 젖어있는 미국경제를 따뜻하게 말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의 대두를 요구하고 있다. 1990년대 클린턴 시대의 정보기술(IT)산업처럼 강력하면서도 오래갈 신에너지, 바이오, 로봇,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는 기획하고 여야가 합심해 정부 지출과 투자를 집중시켜 지원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증시흐름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저금리 환경 속에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 됐고 많은 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평균 12배로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근본 문제점들은 쉽게 풀기 어렵다. 때문에 상당기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주택, 고용 등 미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난제들이 바닥에 근접해가고 FRB가 경기 부양에 나서는 시점이 되면 비관론이 줄어들며 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길게는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여부와 더불어 미국이 다시 한번 더블딥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지 여부에 따라 주식시장 및 세계경제의 흐름이 좌우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