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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고객감동 경영 실천 … '경마=도박' 부정 이미지 바꿀 것

과천 경마공원 4만평에 말·자연 테마 생태공원 조성

지역주민 반발 '용산 장외발매소' 지속 대화로 해결

마권구입 전자카드 도입땐 매출 급감…신중 추진 필요



"삼성전자·현대차 다음으로 각종 세금으로 국가와 지방 재정에 큰 기여를 하는 기업이 마사회입니다. 임직원이 자긍심 속에 일하고 경마 고객이 고객으로 대접 받는 문화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 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현명관(73·사진) 한국마사회 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 회장이 누군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삼성물산을 이끌며 도전과 혁신, 미래지향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경영 전문가다. 규정과 관행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공기업, 그중에서도 폐쇄적인 이미지가 강한 마사회는 그에게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고객 감동과 일하는 보람, 국가경제 기여라는 기업의 공통적인 존재가치를 대입하면 경영원리는 다르지 않다는 철학이 배어나왔다. 마사회 회장으로는 첫 민간기업인 출신인 현 회장을 지난달 22일 경기 과천의 서울경마공원 내 마사회 회장실에서 만났다.

입장객들에게 만날 때마다 인사하는 경마공원 직원들의 표정이 밝다는 말에 현 회장은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며 웃음을 지었다.

취임한 지 3개월이 돼가는 현 회장이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것이 바로 고객 중심 경영이었다. "공기업에 처음 와서 느낀 민간기업과의 차이점은 고객 중심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월급은 고객이 주는 것인데 고객의 위에 있으려 하면 어떤 기업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이런 분위기의 원인을 경마의 독점적 성격에서 찾았다.

"공기업의 특수성이랄까요. 규정과 기준·관행에 얽매여서 도전적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마는 사실상 마사회 독점이고 참여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보니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으로 인식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경마 매출이 줄고 다른 사행산업은 성장하고 있지요. 욕심이 있다면 3년 임기 내에 공기업 중 가장 친절하고 가장 고객지향적인 회사로 만들자는 겁니다."

'경마=사행=도박'이라고 콱 박혀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임기 동안 이뤄야 할 책무라고 했다. 와서 보니 경마가 건전한 여가와 레저스포츠 보급, 재정 기여 등의 순기능 측면이 있는데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시각 때문에 경마 팬들은 고객의 지위를 제대로 못 누리고 마사회 임직원들도 자긍심이 안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마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경마공원에 말(馬)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일이다. "서울 시내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30만여평의 금싸라기 같은 땅을 경마장으로 일주일에 딱 사흘(경마일인 금~일요일)만 이용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다. 현 회장은 "에버랜드 같은 거창한 놀이동산이 아니라 마사회가 가진 말이라는 주제를 활용한 생태계가 있는 공원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주로 주변에 있는 4만여평의 땅에 말과 경마와 자연을 부각시켜 조기에 조성한 후 시민들이 부담 없이 와서 즐길 수 있게 할 현실성 있는 방법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경마 이미지와 관련,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마사회 서울 용산지사(장외발매소) 신축 이전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사회는 시설이 낙후된 용산지사의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문제 발생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현 회장은 "건물의 3개 층은 1년 내내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전층을 지정좌석제로 운영해 이용인원을 제한할 방침"이라며 "통학길 감시카메라 증설, 환경미화원 배치, 주차시설 확보 등의 약속에도 의견접근이 어렵지만 우리 측의 진의가 전달되리라고 본다"며 조심스레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삼성 스타일'의 행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입점을 유보하고 협상을 통해 향후 계획을 적극 홍보했다.

특히 "일단 개장해 6개월간 시범운영한 후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면 폐쇄하겠다"는 제안은 삼성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연상케 했다. 그는 "용산지사는 문화·커뮤니티센터 기능을 가진 장외발매소의 혁신적인 향후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역설로 들리겠지만 그동안의 장외발매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산지사의 제대로 된 개장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마권구입(베팅) 전자카드 도입 문제에 관해서는 현실론을 폈다.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무절제한 베팅과 도박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전자카드 전면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개인정보 공개가 필수인 전자카드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경마 매출은 오는 2018년까지 43%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현 회장은 "마사회 존립 위기는 물론 매년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과 2,200억원대의 농축산발전기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이런 현실 때문에 사감위가 좀 더 신중하게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경영 전문인에게 말 산업의 가치와 전망을 물어봤다. "말을 교배하고 기르고 경마에 활용하고 하는 모든 게 말 산업입니다. 승마와 재활승마, 말을 이용한 청소년 힐링까지 1차부터 4차산업을 아우르는 융복합이 가능한 산업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말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정부 대신 운영하는 곳이 마사회입니다. 유소년 승마 보급, 찾아가는 방과 후 승마교실 등을 통해 2~3년 안에 승마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카지노·온라인게임 등의 성장 속에 세계적으로 경마는 정체 내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회장이 취임 직후 경마가 마사회의 유일한 수입원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매출정체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는 중"이라는 그는 "수입구조 다변화라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은 마사회가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평일에는 사람이 찾지 않은 경마관람대 내 2,000명 수용 규모의 컨벤션홀 활용을 들었다. 회의·전시 등 마이스(MICE) 활성화 전담조직을 신설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매장과 각종 모임을 유치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돈벌이 목적보다는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함으로써 경마와 말 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홍보효과를 통해 마사회나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는 혁신의지가 감지됐다. 40대 초반 팀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 회장은 어떤 조직이든 경영방침을 공감하고 공유해 한 방향으로 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경영방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책임경영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가 인사와 급여에 즉각 반영돼야 합니다. 또 책임을 줬으면 권한도 줘야 하지요. 아울러 인사팀·노무팀 같은 기능별 조직은 업무반경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요한 사안들에 관해서는 과제별 팀을 만들어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이 모든 게 조직 경쟁력의 기반 구축이고 부임 후 해온 일입니다. 첫 인사는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26일에는 경영전략회의에 전 직원을 참석시켜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난상토론을 함께하기도 했다. '경영의 달인'이 말 산업계의 창조와 혁신을 향해 당근과 채찍을 꺼내들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He is …



△1941년 제주 △1959년 서울고 △1963년 서울대 법학과 △1974년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석사 △1965년 행정고시 4회 △1968년 감사원 부감사관 △1989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부사장 △1991년 삼성시계 대표이사 사장 △1993년 삼성종합건설 대표이사 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 △1996년 삼성물산 총괄대표이사 부회장 △2001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5년 삼성물산 회장 △2013년 사단법인 창조와혁신 상임대표 △2013년 한국마사회 회장

관료·대기업 회장·제주지사 후보로 변신 거듭 "도전이 인생"

■ 현명관 회장은


"인생은 도전"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에게는 "도전이 인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하다. 그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했던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은 훗날에도 도전정신이 노화하지 않게끔 미리 스스로에게 새긴 말일지 모른다.

현 회장은 공무원에서 대기업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제주도지사 후보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그때마다 현실에 안주할 줄 몰랐다.

제주 출신인 현 회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서울 구경을 왔다가 치른 고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것이 우연이지만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서너 차례 터닝포인트는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부산시와 감사원에서 7년여 동안 근무하던 그는 돌연 사표를 내고 일본 유학을 갔다. 재계와 인연을 맺게 된 운명적인 결정이었다. "감사원 부감사관 자리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일본에 가서 '이제는 경제시대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국방이고 복지고 경제 없이는 공염불인 시기가 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유학 후 감사원의 제안으로 2년간 복직한 뒤 탄탄대로였을 관료의 길을 버렸다. 1978년 냉정하기로 소문난 삼성에 부장으로 중도 입사한 것은 경제시대에 도전하기 위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1993년 비(非)삼성인으로 비서실장이 된 그는 고(故)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경영을 배우고 도전정신을 더욱 키웠다. "이병철 회장은 의사결정 전에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스타일이었지만 일단 결정하면 추진력이 굉장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일견 즉흥적인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적중하는 확률이 높았습니다. 선견력이 뛰어나고 고비마다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한 결과겠지요."

2006년과 2010년에는 안정된 삼성을 떠나 제주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연속으로 고배를 들었던 그는 당시 대한민국이 제주도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아시아 관광·서비스산업의 허브로 키워 제주도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도록 할 비전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제주도 개발을 통해 서비스 산업 시대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사단법인 창조와혁신을 설립한 현 회장은 "사회로부터 투자를 받아 갖게 된 지식·경험·네트워크를 사장시키지 않고 젊은 층과 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젊은 도전가들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계획을 가졌다.

공기업 대표로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 산업계 백전노장이 던진 말은 새겨들어야 할 듯싶다.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은 인간의 능력을 몇 배로 키웁니다. 도전정신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대담=오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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