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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철회 등을 두고 정치권과 재계의 포퓰리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계가 연일 정치권의 법인세 감세철회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전경련 회장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고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기업이 이에 반발하고 정치권은 다시 재계를 압박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재계, 연일 감세철회 반대=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구미 상공회의소에서 '전국상의 회장 회의'를 열고 '감세 기조 유지'와 '기업 자율의 동반성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로 투자를 촉진하고 자본의 해외유출을 방지한다"며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도 감세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연장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반값 등록금 등은 재정 적자가 확대되거나 국민과 기업의 세 부담을 늘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손 회장은 기업의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을 지나치게 성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최근 노동계가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산업현장의 혼란만을 야기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걷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며 "그분들이 선택을 하면 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재원이 많으면 고용창출과 투자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감세철회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허 회장은 특히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 등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재계는 특히 기업의 투자 촉진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 재계 압박 강도 높여=정치권은 재계의 포퓰리즘 발언에 발끈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당권주자인 남경필 의원은 23일 "대기업이 잘 되면 그 과실을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나눠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며 당 대표가 되면 대기업 위주의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지경위에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검토와 문제제기를 하는 청문회가 필요하다"며 "이 자리에 전경련 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도 재계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 추진을 즉흥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폄하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재계 공격 배경에는 7ㆍ4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 각 당의 정치일정과 내년 총선 및 대선이 자리잡고 있다. 친서민 정책 분위기에 편승해 재계 때리기를 통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감세철회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어 자중지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감세철회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준선 의원은 "16일 의총에서 감세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한 게 아니다. 정부ㆍ야당 등과 더 협의한다는 게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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