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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 독거노인 돌보미 서비스 강화하고
자살대처법 홍보 통해 온국민 생명지킴이로
가족 밤길걷기 등 다양한 문화 확산도 절실
기업은 직원 정신건강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참석자>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안용민 자살예방협회장, 정봉은 생명보험사회보험재단 전무, 오승근 명지전문대학교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책만으로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끌어내리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단체, 기업 등이 협력해 예방 사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은 기획시리즈 '생명을 살리자'를 마무리하면서 자살 예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민간단체ㆍ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살률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를 갖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좌담회에는 안용민 자살예방협회장과 오승근 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정봉은 생명보험사회보험재단 전무가 참석했다.
-사회(김성수 서울경제 사회부 차장)=자살은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유독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뭔지요.
▲안용민 자살예방협회장=아직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한 터라 꼭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자살 유형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자살의 특징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5배 높지요. 이를 감안하면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복지시스템의 부재가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승근 명지전문대 교수=청소년 자살문제도 심각합니다. 한 조사에서 청소년의 20~50% 이상이 자살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사회 전반에 목숨을 버리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진 문화가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이른바 극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강조되고 인간에 대한 존중ㆍ생명의 소중함은 갈수록 뒷전으로 밀리면서 자살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 같습니다.
-사회=최근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살 예방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예방 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안 회장=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195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사망원인 4위는 교통사고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절대로 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올해는 사망원인 9위로 떨어졌습니다. 자살 예방 운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닙니다. 인내를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봉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느 정도 바뀐 것 같습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77.5%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선택해서 자살하는 것을 왜 막느냐'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자살을 예방하자' '예방할 수 있다'는 데 국민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미국도 2001년 세운 자살 예방 국가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내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자살예방법을 마련했고 자살 예방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설립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정부 예산도 대폭 늘려야 하고 사회 각계에서의 참여도 확대돼야 합니다.
-사회=지적하신 대로 아직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필요할 텐데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까요.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정부는 세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자살자들의 자살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살을 선택하는 맥락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자살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미흡한 상태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취지입니다.
자살 고위험군의 자살을 막는 데도 예산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살 시도자들은 재시도율이 일반인보다 100배나 높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는거죠. 독거노인도 자살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정부는 독거노인 돌보미의 양과 질을 늘리고 이들이 관리하는 독거노인 수도 20만명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오 교수=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조금만 유연하게 생각하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취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가 좋은 예입니다. 어두운 밤이라서 걷기 어려운 길을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걸으며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다지는 행사인데 이런 다양한 운동들을 하나의 문화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정부 인력만이 자살 예방 돌보미를 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자살 징후가 나타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홍보하면 온 국민을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돌보미ㆍ생명지킴이가 되는 것이죠. 일례로 숙박업소 주인들을 상대로 이런 교육들을 시킨다면 모텔 등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안 회장=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도 있습니다. 자살자가 생겼을 때 경찰이 유가족들을 정신보건센터 등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가족은 자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관리해주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농촌에서는 제초제 음독 자살이 많은데 치명적인 제초제는 아예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살 관련 통계를 실시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현재 자살 통계는 2011년도 자료입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최신화된 자살 현황을 파악하면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 과장=공감합니다. 자살 통계는 다음해 9~10월에나 나옵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실무자들은 정책이 과연 제때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아주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도 추정치라는 단서를 달고 지자체에 통계를 주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 전무=일본에서는 매월 지자체별로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추정한 자료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통계가 일본의 자살률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있죠.
-사회=자살 예방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등 민간의 역할도 중요할 텐데요.
▲정 전무=최근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자살 사업은 망설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살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살 예방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기업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예방 사업 하나를 제안하자면 기업이 지자체나 마을ㆍ학교와 결연을 맺는 거죠. 지자체나 마을 상품을 구매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농약 관리 등 자살 사업을 추진하거나 각급 학교와 잡고 학교폭력 예방 사업에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과장=기업이 대외적으로 자살 예방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내부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잘 관리해주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성과가 나타나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회 전체의 자살 예방 운동에도 눈을 돌릴 것입니다.
-사회=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다양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오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복지부 산하에 있지만 국무총리 산하로 승격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이 강화된다면 자살 예방 정책을 큰 그림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겠지요.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정책은 자살 위험군에 대한 치료나 위기 대처에 치우쳐 있고 예방 사업에는 소홀한 실정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해 각각의 자살 관련 기관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지원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자살 예방 사업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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