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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기절약 나부터


6월 초부터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는 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몇 년째 되풀이되는 6월의 불볕더위를 보고 있노라면 몇 년 후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던 절기마저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른 더위로 인해 냉방기 사용이 급증해 6월 초부터 전력수급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마음 한 켠을 무겁게 하고 있다.

냉난방 수요급증 수급위기 일상화

2009년 동절기 이후부터 냉난방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매해 동ㆍ하절기는 '전력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때마다 국민들에게 절전을 당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늘 죄송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전을 당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는 물론 각 기업과 국민, 사회 모든 계층이 머리를 맞대야만 전력수급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운 날씨가 예상되고 있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절전동참이 절실한 때이다.

전기절약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9ㆍ15 정전사태를 경험하며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전력수급위기가 경제와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전기절약에 동참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국민 모두'라는 단어 안에 '나'또한 이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먼저, 나부터'전기절약을 실천하게 한다면 인식하고 있는 만큼 솔선수범할 수 있지 있을까.

'나부터'시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동하자. 조금 덥게 느껴지더라도 냉방온도를 조금 높여야 한다. 귀찮다고 무심코 지나쳤던 TV나 컴퓨터를 끄고 방이나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플러그를 뽑는 절약 행동들을 습관화하자.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귀찮게 여겨지더라도 습관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기업과 건물의 자발적인 전기절약 동참도 중요하다. 지난해 대형건물에 냉방온도 제한조치가 실시됐다. 대상 건물 중 실내 온도가 판매 실적과 직결되는 백화점ㆍ마트 등의 판매 시설들은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과 사업체가 적정 냉방온도 준수에 적극 동참했고 이용 고객들 역시 덥고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하기보다 전기절약에 함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대상 건물이 적정 냉방온도 26도를 준수했고 전기절약 효과도 커 여름철 전력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이 모든 것이 정부ㆍ기업과 온국민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한 전기절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적 전기모으기 운동 확산 필요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욕망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밀랍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까지 비상하는 과욕을 부리다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하는 최후를 맞이했다. 이처럼 우리도 자기만 편하자고 '전기 욕심'을 부린다면 큰 비극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올 여름 전력수급위기는 우리의 전기소비문화를 전환시키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항상 위기의 순간에 단결된 모습으로 이겨내던 민족이 아니던가. IMF경제위기도 세계에 유례없는 전국민 금 모으기 운동으로 극복해냈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나부터'절전에 동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이번에는 전기 모으기 운동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후대에게도 올바른 에너지소비문화를 물려주는 뿌듯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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