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말지."
직장 상사에게 깨지고 퇴근하는 길 지인들과 둘러 앉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하는 푸념일까. 아니다. 최근 한 취업포털업체가 남녀 직장인 5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최고의 거짓말' 1위 답변이다. 그것도 69.3%라는 압도적인 응답률로. 이 뿐 아니다. 같은 업체에서 지난해 조사한 국내 매출 상위 100개 기업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11.5년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 평균수명이 81.2세라는 점까지 겹쳐놓고 보면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가 매양 가슴 속에 사표를 품고 다니다 결국 12년을 못채우고 그만둔다는 얘기다. 평균과 통계의 함정이야 두번 얘기할 것 없지만, 그래도 준비되지 않은 퇴직은 때론 잔인한 운명일 수 있다.
한 남성잡지에 인생 2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칼럼을 쓰다 정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는 길고 오래 가는 직업을 선택한 19명을 취재했다. 광고대행사 부장까지 10년간 승승장구한 심승경 씨는 미련 없이 목수로 전향했고, 이제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8년차 빠빠메종공방 목수다. 삼성전자에서 12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한 윤운중 씨는 박물관ㆍ미술관 등에서 전시물을 소개하는 도슨트가 됐다. 예술과 담 쌓고 지낸 전형적인 '공돌이' 눈높이로 설명하는 그가 이제 루천남(루브르를 천번 넘게 가본 남자)으로 불린다.
IT회사를 다니다 헌책방 주인이 되고, 외교관은 우동가게 주인이 됐다. 글로벌 휴대폰업체 직원에서 캠핑전문가로, 리먼브라더스의 투자 전문가는 변호사로 변신했다. 심지어 무역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국수전문 쇼핑몰을 연다. 가슴 한 쪽이 뜨끈해진다고? 그럼, 아직 늦지 않았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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