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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의 사나이' 손흥민(23·토트넘)이 국내 팬들 앞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자축 쇼를 펼쳤다.
손흥민은 3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에서 3골을 몰아쳤다. A매치 해트트릭은 개인 최초다. 6월 미얀마와의 1차전(1골 1도움)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골도 이어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4위 라오스를 8대0으로 대파한 57위 한국은 기분 좋게 레바논 원정을 떠나게 됐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특히 EPL 입성 직후의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전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 이적료 2,200만파운드(약 400억원)를 안기고 지난달 28일 EPL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오는 13일 선덜랜드와의 리그 경기나 18일 유로파리그를 통해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예정인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골 감각을 잔뜩 예열하고 소속팀에 복귀하게 됐다. 1대0이던 전반 12분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후반 29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대포알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는 지점이었지만 강력하고 정확한 슈팅으로 골키퍼 머리 위를 통과시켰다. 후반 44분에는 드리블하다 순간적으로 골문 쪽으로 접어 수비를 따돌린 뒤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A매치 통산 14골째. 3골 모두 오른발로 만들었다. 대표팀은 8일 오후11시(한국시각) 열릴 레바논과의 3차전을 위해 4일 밤 현지로 출국하지만 손흥민은 국내에서 이적 절차를 밟은 뒤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소속팀에 합류한다.
8대0의 '야구 스코어'는 1년 전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의 최다 골 차 승리. 최다 득점 경기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6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3대0이었다. 상대가 우리보다 한 수 이상 아래인 약체이기는 했지만 작정하고 수비만 하는 팀을 상대로 8골이나 넣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전반 9분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손흥민·권창훈(수원)·석현준(비토리아)·권창훈·손흥민·손흥민·이재성(전북) 순으로 소나기골이 터졌다. 홍철(수원)은 어시스트 3개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발견으로 꼽히는 미드필더 권창훈이 A매치 데뷔골과 두 번째 골을 한 경기에 몰아넣고 5년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된 정통 공격수 석현준도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대표팀은 이 한 경기로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우영(빗셀 고베)이 노련한 공수 조율과 볼 배급으로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짝을 이룰 새로운 야전사령관 후보로 떠오른 것도 값진 소득이다.
경기 후 스티브 다비(영국) 라오스 감독은 "한국은 11명의 포뮬러원(F1) 드라이버들이 자동차 경주를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손흥민은 급이 다른 선수"라고 칭찬하며 "우리가 공격적으로 나갔더라면 20골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수비에 전념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수 차도 크게 이겼지만 내용도 좋았다. 상대가 예상대로 10명 전원 수비를 했는데 우리가 침착하게 우리의 플레이를 잘 펼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반에 3골을 앞섰고 후반에 같은 템포를 유지하면 상대가 마지막 15분에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해줘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며 "패스 미스도 거의 나오지 않았고 세트피스에서는 정우영이 골대를 맞히는 등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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