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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제해결 능력 상실한 정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다원화할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더욱 복잡 다단해진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논리와 명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과 타협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권은 지난 2일 끝난 6월 국회를 기점으로 2개월간의 휴가를 맞게 됐다. 하한정국인 이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를 대비하고 미뤄뒀던 의원 외교와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다. 그런데 올해는 상당수가 이 같은 하계 휴가를 갖게 되지 못할 듯하다.

당장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ㆍ열람을 맡은 운영위와 정보위 소속의원들과 정치 쟁점화하는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여야 지도부는 7월 휴가를 반납해야 할 것 같다. 여기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다루는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위 소속과 밀양송전탑 문제를 다룰 의원들도 그렇다.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정원 국조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일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원 국조에 참여하는 위원 중 누구를 넣고 누구를 배제하는 문제부터 여야의 입장은 하늘과 땅처럼 크게 어긋나 있다. 대선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국정원 국정조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의 유출 여부를 조사하는 것으로 쟁점이 옮겨가고 있다. 여기다 증인채택대상에 대해서도 여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동전의 앞뒤처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열람도 마찬가지다. 공개될 발언 자체보다 해석을 놓고 여야가 벌써부터 공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록 원본 공개 이후에 정치적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쇄사태를 다루는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도 형태는 다르지만 논란이 크다. 문제는 효율과 공공성을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현격하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쇄결정을 주도한 홍준표 경남지사를 옹호하는 쪽은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공공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진영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경남도는 공공의료의 역할보다는 손실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공공의료 역할이 부족하면 특성화하거나 다른 역할을 찾고 인건비나 경영 합리화로 비용을 줄여서라도 정상화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도 뒤늦게 이 논쟁에 뛰어들어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또 정부도 반대하는 이런 과정들이 어떻게 진행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며 그가 보여온 방식대로 본질보다는 주변만 건드렸다.

8년을 끌어온 밀양 송전탑 문제도 정부와 한국전력, 여당과 야당 추천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가 8일 40일간의 활동시한을 마감했으나 합의에 이른 것은 전무하다.

협의체 보고서는 송전선로가 아닌 우회선로로 전력을 공급하면 대구ㆍ경북 지역의 전압저하 현상이 심화되므로 결국 765㎸ 밀양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야당과 주민 측 추천의원들은 이에 대해 "주민 의견을 고려치 않은 반쪽 보고서"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의체는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듯이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

살펴봤듯이 우리 정치권은 문제 해결능력을 근본적으로 상실하고 있다. 설득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봉으로 덮고 넘어가고 있다. 또 국정원 국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 등에서는 일방적 정치선전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문제 해결능력을 보여주는 정치를 기대하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현안이 된 이 사안들에 대해 정치권이 '솔로몬의 지혜'같은 해답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기대에 못 미치면 대안을 찾는 것이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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