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역·종교간 다양한 갈등 원인은
사회가 아직 과도기에 있기 때문
서로가 상대 인정하는 풍토 필요 미술작품 양도세 부과는 시기상조
옥션시장 활성화로 유통구조 개선 문화·콘텐츠, 신성장동력이라지만
실제 예산은 미미… 투자 늘릴 때 "지역 갈등, 종교 갈등, 세대 갈등 같은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지만 저는 이런 문제가 과도기에 겪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겪었던 이념적 갈등도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회 상황에서 문화예술이 사회통합적 기능을 잘 발휘하도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정책을 펴나가겠습니다. " 정병국(53ㆍ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바빴다. 스포츠박람회인 스포트 어코드(Sport Accord) 행사의 일환으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만난 정 장관은 이 행사에서 직접 발표할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느라 목이 쉬어 있었다. 인터뷰도 처음에는 서울 와룡동 문화부 청사에서 갖기로 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준비 일정과 겹치면서 한국관광공사로 옮겨 진행됐다. 현재 문화부는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비롯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2011 대구 세계육상대회 등 준비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많다. 당면 현안인 2018 동계 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 정 장관은 "그동안 두 번 실패한 경험을 살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준비작업이 잘되고 있지만 유치전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서도 "28개 후보지 가운데 최근 두 달간 투표 상승률이 1위를 차지해 이런 추세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비롯한 지역 갈등을 비롯해 종교계 갈등, 세대 간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불거져 나오는 사회 상황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또 문화부 수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사회가 아직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정 장관은 "서로가 상대를 인정해줄 수 있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사람은 '도둑이 아니라 존경 받는 인물이 되는 그런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념적으로 생각이 달라도 서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그는 "문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념ㆍ나라ㆍ인종ㆍ종교가 달라도 예술품을 보는 관점은 대개 비슷하다. 문화에 사회적 통합 기능이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문화예술이 사회 통합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술 시장의 비자금 문제로 화제가 옮아갔다. 정 장관은 "그간 우리사회가 원칙ㆍ제도ㆍ룰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혹은 편법적으로 해왔던 부분이 많았다. 미술시장도 마찬가지지만 미술시장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에 미술품에 대해 모두가 관심이 없을 때 그나마 기업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사줬기 때문에 그림시장이 이만큼 존속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 그림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자꾸 부정적으로 덧칠해나가면 그나마 있던 미술시장의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대신 제도적으로 양성화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잘 보면 현재 우리나라 그림 유통구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과거 노출이 잘 안 되는 화랑 중심에서 아트페어나 옥션시장을 통한 거래가 30% 정도에 도달했다. 이 비율을 70% 정도까지 끌어올리면 어느 그림이 얼마에 팔렸고,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드러나게 된다. 아트페어나 옥션시장이 등장한 지 4~5년 정도 됐으니까 앞으로 3~4년 뒤면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장관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통한 양성화 방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당장 양도소득세를 물리면 드러난 30% 이외의 70%는 계속 지하에서 거래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그때 가서 세금도 물려야 세원이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수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최근에야 위원장을 뽑고 시나리오작가인 고(故) 최고은 씨가 사망하면서 시끄러웠던 영화계 얘기를 들어봤다. 정 장관은 장관이 되면 고생 좀 할 거라고 했던 부분이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장 업무보고를 들으면서 영화계의 현안 문제를 끄집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계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소통한 결과다. 영화계는 이제 어느 정도 새 국면을 맞았고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계에 대기업 독점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대기업이 영화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톤을 높였다. 그는 "과거 우리가 영화를 단순한 예술로 볼 때와 달리 문화콘텐츠산업 측면에서 영화는 가장 투자 규모나 덩치가 큰 분야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예술이라는 측면을 고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달리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물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같이 작품성 위주인 영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지속돼야겠지만 양쪽을 잘 조정하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균형 잡힌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술ㆍ영화 등 구체적인 분야까지 상황을 꿰고 있는 정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10년이 넘도록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어떻게 개인적으로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을까. 흥미롭게도 문화에 대한 정 장관의 관심은 '문화충격(Culture Shock)' 때문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당시에 살던 시골에는 전깃불도 안 들어왔던 때였는데 서울 명동의 국립극장에서 '무녀도'라는 연극을 보면서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명동이라는 도심, 국립극장 규모,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우 등 모두가 나를 압도하면서 의도적으로 연극ㆍ영화관을 찾아다니게 됐고 그런 기억들이 계속 문화계에서 머무르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 안전망 구축에도 관심이 높은 정 장관은 "문화 공급자를 위한 문화예술인 복지와 문화 소비자를 위한 문화 복지, 투 트랙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전국에 200여개의 지역 문화회관이 있는데 이곳에 전속 단체를 하나 이상 두면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예술단체를 하나 이상 갖게 되는 것이고 그 사람들 중 잘하는 단체들을 선발해 제작비를 지원해주며 전국을 순회시키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도 고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 예술계의 숙원사업인 '예술인복지법'이 곧 처리되면 문화예술인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 발판이 마련된다. 정부는 올 초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일본의 지진 여파로 목표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정 장관은 "오히려 양적인 증가보다 내실을 꾀할 수 있는 질적 정비의 호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약 860만명이 들어왔지만 숙소가 부족하고 식당 질이 떨어지며 가이드가 부족해 부작용도 많았다. 이번 기회에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덤핑 여행사, 일부 가이드가 음식점이나 기념품점과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행태 등을 바로잡을 것이다. 현재 관광협회나 여행협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 결과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그를 장관으로 맞은 문화ㆍ관광ㆍ스포츠계는 기대가 높다. 정 장관은 어떤 문화부 장관으로 남고 싶을까. "21세기에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문화라고 답해왔다. "과거 우리가 육체 중심의 노동력으로 선진화를 이뤘다면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머리ㆍ창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우리는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문화예술ㆍ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화예술ㆍ콘텐츠 산업이 국가 신성장동력이라고 하지만 실제 예산을 보면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 같은 다른 주력 산업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재임 기간 문화예술ㆍ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정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 우리나라를 콘텐츠산업 강국으로 만드느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