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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주장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대하는 여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여당 초재선 의원들이 야당에서 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할 경우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혀 해임건의안이 발의될 경우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소리’는 20일 주례 모임을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온 나라가 열흘 넘게 술렁이고, 차분히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기에는 혼란의 여파가 너무 크다”면서 “서 “이 총리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거취에 대한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변인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비록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과 관련 “(모임에서)따로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퇴를 사실상 촉구한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얘기”라며 “아침소리 회원들은 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야당에서 추진하는 해임건의안 표결에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상정될 경우 이탈표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침소리만 14명이기 때문에 아마 (해임건의안이)통과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당론 투표를 사실상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아마 꽤 많은 분들이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침 소리’ 초·재선 의원 14명은 총리 해임건의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수치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수는 수감 중인 김재윤 의원을 빼면 129석. 총리 해임건의안 발의는 재적 의원 3분의 1(98석)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여기에 정의당 소속 의원 5석을 합치면 야당 의원 수는 134석이다.
하지만 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과반수(148석)를 얻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14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14명으로 구성된 아침소리 의원들이 이 총리의 운명을 가늠할 지도 모를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초·재선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 지도부는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서울 관악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대통령이 국익 외교를 자리를 비운 시기”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에 공백이 생겨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생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면 의총 개최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이계와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관계를 나타내는 증거들도 속속 드러나 지도부의 고뇌는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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