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스완지시티와의 EPL 2012~13시즌 홈 개막전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은 '소리 없는 영웅'이었지만 QPR에서는 '캡틴 박'이었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이날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박지성을 올 시즌 주장으로 임명했다. 아시아인이 EPL에서 정식 주장 완장을 차기는 박지성이 처음이다.
맨유에서 주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를 맡았던 박지성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센트럴 박'으로서 공수 조율의 중책을 소화했다. 무난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결과는 합격점. 하지만 팀의 참패는 주장 박지성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무게감을 절감케 했다.
◇맨유와는 너무 다른 QPR=최고 명문 맨유의 플레이에 익숙했던 박지성에게 지난 시즌 17위(전체 20팀) ?ʼn?갖고 있는 경기력은 낯설기만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래알 조직력. 공을 잡으면 수비가 있든 없든 헛다리 드리블부터 했다. 그러다 역습을 허용하고 수비 전환이 늦으니 속수무책으로 골문을 열어주는 악순환이 90분간 계속됐다. 과거 QPR의 EPL 승격을 이끌었던 아델 타랍은 페널티 지역에서 번번이 공격권을 뺏겨 흐름을 끊었고 맨유에서 임대선수로 온 파비우 다 실바가 지킨 왼쪽 측면은 역습 때마다 허물어졌다. 웨스트햄에서 데려온 골키퍼 로버트 그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경기 종료 직전 나온 박지성의 '킬러 패스'는 션 라이트 필립스가 골문 대신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지난 시즌 QPR의 성적은 10승7무21패. 쏠쏠한 전력 보강으로 올 시즌 돌풍을 노리고 있지만 우승을 다툴 팀은 아니다. 냉정히 말하면 올 시즌도 지는 경기가 더 많을 전망이다. 7년간 '맨유맨'으로 지낸 박지성으로서는 적잖은 문화 충격일 터. 패배 속에서 개선점을 찾고 다음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대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 바빠질 박지성=휴즈 감독은 경기 후 "개개인으로 보면 괜찮은 면도 있었지만 팀 플레이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실망스러워했다. 실종된 팀 플레이를 찾기 위해 향후 대대적인 실험이 예상되는 발언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박지성이 있다. 휴즈 감독은 참담한 심경임에도 "박지성은 팀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경기는 25일 오후11시 열리는 노리치시티와의 리그 2라운드 원정경기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의 포지션에 따라 팀 전술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보다 수비적인 구실을 주문할 수도, 측면으로 이동시켜 윙어를 맡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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