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사건으로 건강기능식품 산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다른 산업에 비해 영세한 규모를 탈피해 성장세로 접어들었고 그 중심에는 내츄럴엔도텍이라는 영웅적인 롤모델 기업의 역할이 있었기에 사건의 심각성과 산업계에 미칠 여파가 주목 받고 있다. 물론 어떻게 잘못된 원료가 사용됐는지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볼 사안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백수오 사건으로 제기된 의문점과 향후 산업계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냉철한 이성적 판단을 해봐야 한다.
백수오 파문에 건기식 신뢰 급락
첫째, 많은 소비자들의 의문이 '왜 이런 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을 해줬나' 하는 것이다. 식약처에서 수행하는 건기식 원료 인정심의 당시 업체가 제시한 원료는 최종 제품에도 동일하게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근거해 인정심의는 오직 백수오 원료만을 대상으로 원료표준화·안전성·효능을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잘못된 위법 원료를 사용해 제조하고 판매를 관리한 제조업체의 문제지 인정심의의 잘잘못을 거론할 수는 없다. 사실상 국내의 건강기능식품 인정심의는 세계적으로도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왜 식약처에서 관리를 소홀히 했나' 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식약처가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소비자의 질책이다. 건기식의 사후관리 및 모니터링을 통한 시장 건전성과 제품의 안전성 확보 방안은 이미 여러 번 제시됐었다. 이와 관련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자 입법화를 추진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국회통과가 어려웠던 경우도 있었다.
외국의 경우 건기식 제품에 대한 허가는 쉬우나 판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을 해당 업체가 지도록 돼 있다. 만일 백수오처럼 잘못된 원료로 제품을 판매할 경우 해당 업체는 폐사해야 할 정도로 법적·사회적 책임을 부과받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심도 있게 관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인정 받은 후 사후관리가 매우 취약하다.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식약처의 역량 또한 한계가 있는 구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소비자들은 업체보다는 그래도 식약처를 향해 마지막 신뢰와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가 꼭 생각해야 할 몇 가지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일반식품이 건기식 인양 광고하거나 제품표기를 하는 부분에 대해 통합 관리해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가 누적되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반식품에서의 과대광고를 건기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나쳐왔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의 불신이 가중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재검토를
또한 식약처는 사후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제도를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도화해야 한다. 더불어 광고심의에서 인정된 내용으로 업체가 광고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워낙 취약하고 영세한 구조를 가진 건기식 산업계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가혹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번 기회에 재심의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밤낮없이 노력해 시장을 키우고 매출을 증대시켜도 적절한 규제가 없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것을 건기식 산업계는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건기식 산업의 생명이 바로 '소비자의 신뢰'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명품자동차는 잘 달리기 때문이 아니라 멈춰야만 할 때 잘 작동하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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