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수컷(male)이 암컷(female)보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공작새 꼬리, 사자 갈기, 닭 벼슬 등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색과 독특한 문양은 모두 수컷의 외양이다. 반면 인간사회에서는 남성이 외모를 관리하고 가꾸는 것이 터부시되고 외모 가꾸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남성은 아름다움에 소외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 피부는 여성보다 더욱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노화 억제, 면역시스템 활성화, 상처 치유 등 건강한 피부 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지만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은 오히려 피지 분비를 과다하게 한다든가 피부색을 좀 더 검게 만든다.
또 다른 연구결과를 보면 남성 피부의 항산화 능력이 여성 피부보다 떨어져 자외선에 의한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국가별 피부특성은행 구축 보고서(2011년)에서는 남성 피부가 여성 피부보다 건조ㆍ주름ㆍ탄력 등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남성의 피부는 외강내유(外剛內柔)한 피부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위 규모의 남성 기초화장품 소비 국가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기초화장품과 비비크림 등 색조화장품을 포함한 시장 규모가 올해 1조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도 남성 브랜드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각 매장에서 세심하게 화장품을 발라보는 남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남녀불문이다. 깨끗하고 어려 보이는 건강한 피부는 자신감을 부여해 사회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남성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과거 터부시했던 남성 '그루밍'이 오히려 장려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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