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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터질라" '빅테크 부도 보험' 거래량 90% 급증
국제 정치·사회 2025.12.15 14:49:28최근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불거지며 미국 대형 테크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이 9월 초 대비 90% 급증했다. AI 기업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 시간) 파생금융상품 청산 기관 DTCC를 인용해 알파벳(구글 운영사), 아마존, 브로드컴, 코어위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과 연계된 CDS 거래량이 이처럼 늘었다고 밝혔다. CDS는 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졌을 때 돈을 지급하는 금융 상품으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 올 초까지만 해도 AI 기업의 CDS 거래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AI 속도전에 나서면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자 이들의 행보를 불안하게 보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적으로 메타·아마존·알파벳·오라클 등 4개사가 올해 가을 AI 프로젝트를 위해 조달한 자금은 880억 달러(약 129조 7000억 원)에 이른다. JP모건은 투자 적격 등급 기업들이 2030년까지 1조 5000억 달러(약 2210조 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별 기업을 보면 AI 설비투자로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조달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코어위브의 CDS 거래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특히 오라클의 경우 지난주 발표한 2026회계연도 2분기(올해 9~11월) 실적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과 클라우드 판매 매출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11일 주가가 10.8% 급락한 데 이어 12일에도 4.5% 추가 하락했다. FT는 오라클의 CDS 가격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메타 역시 올 10월 AI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뒤 CDS 거래가 대폭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I 기업들에 신용 위험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개별 기업에 따라 어느 정도 위험이 존재하며, 따라서 헤지(위험 회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애플·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7대 기술주(매그니피센트7)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18%로, 최근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 거품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6배로 닷컴버블 당시 80배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밸류포인트캐피털의 사미르 바신 대표는 “2000년처럼 AI 주식이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투자자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AI 거품론'에 외국인 주식 매도…환율 1476원까지 치솟아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2.15 09:30:15원·달러 환율이 15일 외국인의 주식 매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강화 영향 등에 장 초반 상승 중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3.2원 오른 1,476.9원이다. 이날 환율은 2.3원 오른 1,47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브로드컴이 회의적인 AI 산업 전망을 내놓은 영향에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장 직후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2% 넘게 하락하는 등 AI 거품론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1480원 선을 위협하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트럼프 스톡커] GPT에 디즈니 얹는데, 브로드컴 "AI 돈 안 돼"
국제 정치·사회 2025.12.13 14:11:57구글의 거센 추격에 ‘코드 레드(중대 경보)’까지 발령했던 오픈AI가 새 인공지능(AI) 모델인 ‘GPT-5.2’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다. 오픈AI는 나아가 월트디즈니의 200여 개 캐릭터를 자사 플랫폼 인공지능(AI) 동영상·이미지 제작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했다. 올 3월 ‘GPT-4o’ 모델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풍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적용해 열풍을 이끌었던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오픈AI는 어도비의 포토샵 기능도 챗GPT에 무료로 도입하기로 하며 구글의 이미지 편집 도구에도 견제구를 날렸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제미나이의 심층 연구용 에이전트를 내놓으며 오픈AI와의 경쟁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문제는 오픈AI와 구글 간 AI 모델 성능 경쟁에도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불안한 실적 탓에 월가의 기대치는 차갑게 식었다는 점이다. 단기 투자 지출은 막대한 데 비해 수익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어 당분간 AI 관련주를 둘러싼 이른바 ‘거품론’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 점도 AI 반도체 관련주에는 악재다. ‘코드 레드’ 오픈AI, ‘GPT-5.2’로 또 승부수…구글도 ‘심층모델’ 맞불 오픈AI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기존 즉답(Instant), 사고(Thinking) 모드에 ‘프로(Pro) 모드’를 더한 GPT-5.2 모델 시리즈를 유료 구독자용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프로 모드가 긴 작업 시간이 필요한 어려운 질문에 적합한 도구이며 전문적인 지식 업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오픈AI는 특히 GPT-5.2가 AI 성능 측정 과정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GPT-5.2 사고 모드와 프로 모드는 법률·회계·의료·금융 등 44개 전문 직종의 업무 수행 능력을 따지는 GDPval 평가에서 각각 70.9%, 74.1%의 점수를 기록했다. 최고의 실무 능력을 보유한 인간을 100%로 봤을 때 중상위권 전문가들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뜻이다. 이전 버전인 GPT-5 사고 모드의 평가 점수가 38.8%였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높은 성적을 거뒀다. GPT-5.2는 또 소프트웨어 공학 능력을 평가하는 SWE 벤치마크(성능 평가)에서도 80.0%를 기록해 ‘제미나이 3.0 프로(76.2%)’보다 앞섰다. 코딩 능력이 뛰어난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5(80.9%)와도 동등한 수준이 됐다. ‘인류의 마지막 시험’이라고도 불리는 박사급 추론 능력 측정 벤치마크 HLE에서도 ‘제미나이 3.0’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였다. 검색 등의 도구를 사용해 진행한 평가에서 GPT-5.2 프로 모드(50.0%)가 제미나이 3.0 프로(45.8%)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구글도 같은 날 제미나이 3.0 프로의 ‘심층 연구’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구글은 이번 새 에이전트가 ‘심층검색QA’ 벤치마크 도구로 측정한 결과에서 66.1%의 점수를 받아 최고 성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HLE 벤치마크에서도 심층 연구 에이전트가 46.4%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1월 이후 챗GPT가 독주하던 AI 챗봇 모델 시장은 지난달 구글이 자체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한 제미나이 3.0를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로 전환했다. 오픈AI가 구글 제미나이 모델이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챗GPT의 새 버전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구글이 GPT-5.2 출시 당일 굳이 새 에이전트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오픈AI는 당초 GPT-5.2를 이달 말께 내놓으려 했지만 제미나이 3.0 프로가 강력한 벤치마크 성적표를 앞세워 이용자를 쓸어담는 모습을 보고 출시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3 프로 출시 직후 사내에 ‘중대 경보(코드레드)’를 발령하고 내년 1월 또 다른 새 모델을 선보인 뒤에야 이를 해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디즈니 캐릭터까지 3년 간 사용…‘무료 포토샵’ 기능도 장착 구글 제미나이를 따돌리겠다는 오픈AI의 승부수는 GPT-5.2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 오픈AI는 같은 날 월트디즈니 200여 개 캐릭터를 동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와 챗GPT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3년 기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소라와 챗GPT에서는 디즈니, 마블, 픽사 스튜디오 작품과 스타워즈 시리즈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AI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들이 창작물에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를 비롯해 ‘인어공주’의 아리엘, 신데렐라, ‘라이온 킹’의 심바와 무파사,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주토피아’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데드풀’ 등의 캐릭터들이다. 소라와 챗GPT는 내년 초부터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과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한다. 이번 계약에 배우들의 초상권이나 음성 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픈AI가 월트디즈니와 이 같은 계약을 맺은 것은 올 3월 지브리 캐릭터 모방 기능으로 챗GPT 사용자 수를 대폭 늘렸던 전략을 되풀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지난 3월 25일 GPT-4o 모델에 새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하면서 사용자들이 AI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독려했다. 특히 같은 달 26일 올트먼 CEO가 X(옛 트위터)에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이미지를 올린 것이 대유행의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자신과 가족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올리는 일이 크게 인기를 얻었다. 오픈AI는 당시만 해도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와는 저작권 관련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다. 디즈니는 또 11일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단행하기로 했다. 나아가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주식매수권도 부여받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계약은 헐리우드 대형 스튜디오가 AI 모델 개발사를 상대로 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지난 몇 달간 디즈니뿐 아니라 컴캐스트 산하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헐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다른 곳들은 지식재산권 문제, 노동조합 반발 등으로 사업 제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달 10일에는 이미지 편집 도구 포토샵의 제조사 어도비가 자사 소프트웨어를 챗GPT 대화창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격 개방하기도 했다. 오픈AI와 어도비가 구글의 이미지 편집 AI 도구 ‘나노 바나나’ 시리즈를 견제하고자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어도비는 포토샵은 물론 PDF 문서 도구 애크로뱃, 디자인 도구 어도비 익스프레스 등도 챗GPT 대화창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하기로 했다. 챗GPT 이용자들은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유료 구독을 하지 않고도 대화창에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서 포토샵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팸 클라크 어도비 부사장은 “어도비의 영향력을 챗GPT의 주간사용자 8억 명 이상으로 확장한다”며 “우리 앱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도비 도구를 직관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년 적자인 ‘거품론’의 주인공…첫 최고매출책임자 영입해 수익화 본격 검토 오픈AI는 이에 더해 지난 9일 업무용 메신저 ‘슬랙’의 데니스 드레서 CEO를 영입,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임명하기도 했다. 드레서 CRO에게 오픈AI의 수익 전략을 총괄하게 해 기업 고객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구글의 도전이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수익화 사업에 나선 셈이다. 드레서 CRO는 세일즈포스에서 14년간 일하며 전 세계 영업 조직을 이끈 인물이다. 슬랙과 세일즈포스의 통합을 지휘하기도 했다. 오픈AI가 수익화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이 회사의 재무 압박에 대한 월가의 의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을 갖춘 구글까지 제미나이를 앞세워 챗봇 시장을 양분하자 오픈AI는 어느덧 AI 거품론을 상징하는 회사가 돼 버렸다. 사실 거품론을 가장 먼저 띄운 주범은 지난 8월 기자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올트먼 CEO 본인이기도 하다. 오픈AI는 기업가치만 5000억 달러(약 730조 원)에 달할 뿐 지금까지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구매 등으로 적어도 2030년까지는 적자 늪을 벗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검색엔진, 클라우드 등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춘 경쟁사 구글이 비해 명백히 불리한 지점이다. 지난달 5일에는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막대한 칩 구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한다는 이유로 ‘AI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달 6일 X에 “AI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제 금융(bailout)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월가 역시 오픈AI가 정부 보증까지 거론한 데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월가는 앞서 엔비디아가 9월 22일 오픈AI와 손잡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면 오픈AI가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입하는 구조라서 사실상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기 통신 장비 업체들이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민간에 빠르게 보급되자 관련 주식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던 시대를 말한다. 이달 10일 오후에는 챗GPT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약 46분 간 오류를 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로그인, 대화, 검색, 파일 업로드, 심층연구 등의 기능에 갑자기 오류가 늘었으나 오픈AI는 그 원인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뉴욕 증시는 오라클에 이어 ‘브로드컴 쇼크’…중국은 엔비디아 칩 수입 거부 오픈AI와 구글 간 치열한 서비스 개선 경쟁에도 AI에 대한 월가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오라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으로 한 차례 충격을 받은 기술주들은 11일 공개된 브로드컴(2025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에 한 번 더 충격을 받고 또 다시 가파르게 급락했다.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11일 장 마감 후 가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앞으로 여섯 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고의 규모는 730억 달러”라고 밝혔다. 탄 CEO는 애써 “최소치”라고 다독였으나 월가 투자자들은 눈높이에 모자라다는 반응을 보였다. 탄 CEO는 4분기에 AI 챗봇 모델 ‘클로드’의 개발사 앤스로픽을 통해서만 110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면서도 AI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 CEO는 “AI의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총수익은 그 외 사업보다 작다”며 내년 전망치를 “움직이는 과녁”에 비유했다. 탄 CEO는 심지어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 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는 보류했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경쟁사이자 구글의 TPU 개발 관련 핵심 협력사다. TPU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저렴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다. 브로드컴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이 제미나이 3.0의 성능을 보고 TPU 구매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그간 주식시장의 최대 기대주 취급을 받았다. 이 회사는 1991년 설립돼 1998년 나스닥에 상장한 네트워크용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강자다. 2015년 싱가포르의 통신 반도체 회사인 아바고에 인수됐다. 브로드컴의 실적으로 AI가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자 12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7%, 나스닥종합지수는 1.69%씩 주저앉았다. 브로드컴은 11.43% 급락했고 엔비디아(-3.27%), 마이크로소프트(-1.02%), 아마존(-1.78%), 구글 모회사 알파벳(-1.01%), 메타(-1.30%), 팰런티어(-2.12%) 등 다른 AI 관련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10일 2분기 자본지출이 1분기 85억 달러보다 35억 달러나 급증한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가 증시에 타격을 준 오라클 역시 11일에 10.83%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47% 더 떨어졌다.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중국이 엔비디아 반도체 ‘H200’의 수입을 거부한다는 소식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 H200을 수출할 수 있게 허가했음에도 기술 자립을 꾀하는 중국이 이를 되레 막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색스 위원장은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이 우리의 칩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국에서 개발된 반도체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오픈AI와 구글의 혁신 경쟁에도 당분간 AI의 수익성에 대한 논란은 월가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에 따른 시장 양분 효과도 투자의 변수다. 월가가 AI에 대한 막대한 지출과 부채, 미래 수익을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AI 생태계 내 한국 기업들의 주가·실적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오라클 ‘과잉 투자’ 쇼크… AI 거품론 다시 자극하나
국제 기업 2025.12.12 17:43:35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이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거두면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2분기(올해 9~11월) 전년 동기 대비 14%(달러 기준) 증가한 총 161억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매출은 같은 기간 34% 증가한 80억 달러, 소프트웨어는 3% 감소한 59억 달러로 나타났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 가운데 인프라(IaaS) 부문은 1년 전보다 68% 늘어난 4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오라클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오라클이 그동안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쏟아부은 것에 비하면 실적이 부진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오라클의 자본 지출 규모는 2026회계연도 2분기 동안 총 120억 3000만 달러(약 17조 7200억 원)로 불과 1년 전 23억 달러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반영하듯 잉여 현금 흐름은 100억 달러 적자로 전망치(약 50억 달러)의 2배였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전체 동안 자본 지출이 500억 달러로 기존 전망보다 15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오라클은 올 9월에는 180억 달러(약 26조 5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오라클이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을 언제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쇼크’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덩달아 약세(-0.26%)를 나타냈다. 시장의 변수로 자리 잡은 AI 과잉투자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오라클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보호하는 비용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5년물은 이날 1.41%포인트로 상승해 2009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는 해당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할수록 상승한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의 CDS가 AI 과잉투자에 대한 신용 시장의 지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AI 인프라 확장기인 만큼 단기 실적으로 AI 붐을 거품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과잉투자 논란에도 구글과 메타·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주도권 선점을 위해 앞다퉈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미국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스위치를 최대 5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TSMC·브로드컴 내년 실적서 엿본 삼성·SK…‘180조’ 신기원 연다 [갭 월드]
산업 기업 2025.12.12 07:11:00TSMC와 브로드컴. 내년 세계 반도체 업계 실적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다. 이들 경영진이 밝힌 내년 업황을 뜯어보면 답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이 단순한 회복을 넘어 구조적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엔비디아 대항마로 몸값이 치솟은 AI 칩 설계 강자 브로드컴의 내년 실적 전망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내년에도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낙수효과는 확실하다.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졌다. AI 거품론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의 동반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202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파운드리 1위 TSMC 내년 생산 물량 풀부킹 실적 20% 늘어, 수요 넘쳐 가격 협상권 쥐어 12일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2026년에도 AI 반도체 시장은 순항할 전망이다. AI 칩 수요의 풍향계인 TSMC는 엔비디아와 AMD를 비롯한 빅테크의 핵심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데 내년 생산 라인이 100% 풀부킹 됐다. 올해 대비 내년 실적이 2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나노(nm·10억 분의 1m) 등 선단 공정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며 가격 인상 주도권을 쥐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다. TSMC의 설비투자(CAPEX) 확대는 곧 전체 AI 하드웨어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뜻이다. 메모리 업계에도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브로드컴, 구글 TPU 외 신규 고객 2곳 확보 GPU 대항 시장 커지며 HBM 수요도 점프 맞춤형 칩(ASIC) 시장을 장악한 브로드컴의 행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기회다. 브로드컴은 구글 TPU 외에 앤스로픽과 오픈AI로 알려진 신규 고객사 두 곳을 확보했다. 덕분에 2026년 AI 매출 성장률이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브로드컴 스스로도 시장을 낙관한다. 2027년 AI 관련 시장 규모(SAM)가 600억 달러에서 최대 9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 GPU 외에도 다양한 전용 칩 수요가 폭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당연히 여기에 들어갈 HBM 수요도 덩달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내년 영업익 90조~100조 전망 반도체만 80조, HBM 매출 3배 증가 분석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질주는 삼성전자 실적 ‘퀀텀 점프’의 기폭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9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예상치인 33조 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에서만 75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 HBM 생산능력을 30% 늘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고객 기반을 넓힌 덕분이다. 6세대인 HBM4 양산이 본격화되는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2026년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5조 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장 올 4분기 실적부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급증한 1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D램 영업이익률은 50%까지 치솟을 것이란 게 대체적 의견이다. 현재 D램 고객사들의 수요 충족률이 60% 선에 그칠 정도로 공급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년 HBM4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내년 영업익 80조 웃돌 듯 HBM 리더십 공고, D램·낸드 수요 넘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쥔 채 범용 메모리 가격 급등의 수혜까지 입을 전망이다. 최근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이 일반 서버용 D램 확보 경쟁에 나선게 호재다. 올 11월 말 진행된 서버용 D램 가격 협상 결과 DDR5 64GB~96GB 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25% 안팎으로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예상을 30% 가까이 상회하는 16조 원대까지 높아졌다. 실적 눈높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2025년 예상치인 45조 원의 2배에 달한다. AI 추론 서비스 확대로 일반 데이터센터의 서버 교체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까지 더해지며 전방위적인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장기 공급 계약(LTA)을 요구할 정도로 메모리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며 “브로드컴이 여는 맞춤형 AI 칩 시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공급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
[트럼프 스톡커] 금리인하 선반영한 시장, 진짜 관건은 '점도표'
국제 정치·사회 2025.12.11 06:21:00올 연말 증시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를 판가름할 12월 미국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이번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눈이 오는 9~10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로 쏠리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는 않는 분위기다. 연준이 관세발(發) 물가 전망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는 까닭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물가·소비 심리 지표도 대체로 일방향성을 보이지 않았고,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았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미 강하게 주가에 반영됐기에 막상 해당 결정이 나와도 증시가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는 오히려 연준이 회의 이후 공개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에 더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내년 금리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대한 척도라서 그렇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회의 직후 이 점도표를 기반으로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주식·채권 시장도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확인하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금리 인하 확률 86%…트럼프 “해싯, 잠재적 연준 의장”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현 3.75∼4.00%에서 0.25%포인트 더 내릴 확률을 86.2%로 반영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39.1%에서 47.1%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금리 동결 확률은 60.9%에서 13.8%로 내려갔다. 금리에 대한 기대를 결정적으로 바꾼 계기는 지난달 21일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이었다. 윌리엄스 총재는 당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중앙은행 주최 행사에서 “가까운 시기에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주장하며 시장을 뒤집어 놓았다. 공개시장 운영 업무를 맡는 뉴욕연은의 총재는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다. FOMC 부의장으로서 12명으로 구성된 투표 위원에 속해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월가에서는 윌리엄스 총재가 파월 의장과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한 뒤 입장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파월 의장의 유력한 후임이라는 관측도 금리 인하설에 힘을 실었다. 백악관 소속인 해싯 위원장이 재정적자 부담 경감, 관세 효과 극대화를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내년부터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는 기대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이나, 의장직 퇴임과 함께 여기서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5일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를 가져올 인물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라고 먼저 보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2일 해싯 위원장을 가리켜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도 여기 있다”고 거론했다. 해당 발언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거액의 기부를 발표하던 컴퓨터 제조업체 델 테크놀로지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델 부부에게 해싯 위원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잠재적’”이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아마 내년 초에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누군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월가에서 새 연준 의장 발표 시점을 이르면 올 크리스마스 전으로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는 다소 늦춰졌다. 해싯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지명한다면 기꺼이 봉사하겠다”고 자신했다. 파월 의장은 1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마련한 고(故) 조지 슐츠 전 국무부 장관 기념 강연에 대담자로 나서 “현 경제 상황이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FOMC를 여드레 앞둔 블랙아웃(대외 메시지 금지) 기간임을 감안해 침묵을 지킨 것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이날부터 3년 6개월 만에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했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이 관련 입장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그는 이날 슐츠 전 장관을 추모하는 데에만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방향성 없이 엇갈린 소비·고용·물가 지표…셧다운 후유증 속 결정적 ‘한 방’은 없어 연준 인사들의 침묵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에 따른 경제 지표 부족 속에 최근 발표된 각종 고용·물가 지수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엇갈렸다. 금리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틀 만한 결정적인 근거가 없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25일 미국 상무부는 9월 소매판매가 7033억 달러로 8월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정책 여파로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한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3%보다도 낮았다. 월간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가운데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미국 전체 소비 흐름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진다. 반대로 미국 미시간대가 이달 5일 내놓은 12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3.3으로 11월보다 2.3포인트 올랐다. 미국 소비자심리가 나아진 것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이었다. 연말 소비 기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따른 물가 우려가 완화됐다는 신호였다. 앞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올 들어 5∼7월을 제외하고 11월까지 줄곧 하락하기만 했다. 12월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도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해 4.1%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 1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했다. 엇갈린 지표가 나온 것은 소비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일 민간 고용정보 업체 ADP는 11월 8일을 기준으로 최근 4주 동안 미국의 민간 고용 예비치가 일주일에 평균 1만 3500명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도 4일 감원 보고서를 내고 지난달 미국 기업의 감원 계획이 7만 1321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지난 2022년(7만 6835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23~29일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19만 1000건을 기록해 직전주(11월 16~22일)의 21만 8000건보다 2만 7000건이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청구 건수였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 건)도 밑돌았다. 시카고연은이 발표하는 11월 추정 실업률도 10월 4.46%보다 소폭 하락한 4.44%를 기록했다. 물가에 관해서는 5일 상무부가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2.9%)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9%)는 약간 밑돌고, 올 8월보다는 0.3% 올랐다.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4월(2.3%) 이후 5개월 연속 상승폭을 높이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뛰었다. 8월에 비해서는 0.2% 올랐다. 이들은 전문가 예상치와는 대체로 일치했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다. 관세 물가에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된 연준…월가는 ‘내년 통화정책 가늠자’ 점도표에 더 민감 실물 경기에 대해서는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2를 기록해 10월(48.7)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축 국면도 9개월째 이어졌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제활동 위축, 웃돌면 확장을 뜻한다. 같은 날 나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11월 제조업 PMI 확정치도 10월(52.5)보다 떨어진 52.2를 기록했다. 반면 3일 나온 ISM의 11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2.6으로 10월 52.4에서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2.1)도 소폭 웃돈 수준이었다. ISM의 서비스업 PMI가 50 이상을 기록한 것은 벌써 66개월째다. 같은 날 S&P 글로벌의 11월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54.1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55.0, 10월 확정치 54.8보다 다소 낮아졌다. 연준의 경기 인식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준은 지난달 26일 선보인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고용이 약간(slightly) 감소했고 절반 정도의 지역이 노동 수요 약화를 언급했다”며 “물가는 적당히(moderately) 올랐고 주로 관세 비용 증가로 제조업과 소매업에서 투입비용 압력이 널리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소비 시장에서 ‘K자형’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보고서다. 통상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면서 이제는 연준 내 분열 양상과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가를 점도표에 월가의 시선이 더 모이고 있다. 최근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과 셧다운 사태에 따른 자료 부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내부 의견 충돌을 겪고 있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19일 공개한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 내부 인사들은 월가의 기존 추정보다 더 많았다. 의사록은 “‘많은(many)’ 참석자들이 각자의 경제 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월 9~10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연준 인사는 ‘여럿(several)’으로 표기했다. 금리 인하의 의견을 낸 사람 수가 동결 입장을 제시한 이들보다 적었음을 암시한 것이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는 스티브 마이런 이사가 0.50%포인트 금리 인하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가 금리 동결로 각각 소수 의견을 냈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29일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의에서 위원 간 극명한 견해차가 있었고 민간 지표가 이 정부 데이터를 대체하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서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슈미드 총재 등 윌리엄스 총재를 제외한 모든 인사가 블랙아웃 기간 직전까지 12월에도 금리 동결을 원한다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연준에서 비교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마이클 바 이사와 필립 제퍼슨 이사도 금리 인하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의 미셸 보먼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마이런 이사 등은 추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 임명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최초의 흑인 여성 인사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추가 인하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리더라도 내년 인하 가능성까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이유다. 연준 결정 따라 글로벌 ‘산타 랠리’ 영향…한국, 고환율 부담 덜 수도 실제 직전 분기에 공개된 9월 16~17일 FOMC 회의 경제전망요약(SEP)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평균적으로 12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0.50%포인트 더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개인 성향에 따라 매우 큰 인식의 편차를 보였다. 전체 연준 위원 19명 가운데 12명만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이 가운데 0.50%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는 9명에 불과했다.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었고, 1.25%포인트나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연말 기준금리가 현 수준과 같거나 높을 것이라 전망한 위원도 7명이나 됐다. 내년 말 금리 전망 분포도 2.75∼3.75%로 넓게 분산됐다. 내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올해 말보다 겨우 0.2%포인트 낮았다. 12월에 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내년에는 겨우 한 번이나 더 내릴까 말까 할 정도로 연준 인사들이 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주 연준이 막바지에 참고할 만한 경지 지표로는 오는 9일 ADP 4주 평균 고용 증감, 10월 JOLTS의 구인·이직보고서 등이 있다. FOMC 회의 이후인 12일에는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해맥 총재, 굴스비 총재 등이 그간 침묵을 깨고 줄줄이 연단에 선다. 이들의 입을 통해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논의한 내년 금리 방향을 추정할 수도 있다. 금리와 별도로 증시에 중요한 사안으로는 10일 오라클(2026 회계연도 2분기)과 시놉시스(2025 회계연도 4분기), 11일 브로드컴(2025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 발표가 있다. 이들은 모두 최근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클라우드와 반도체 시장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기업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실적 전망치가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의 실체와 산업 내의 판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1일 코스트코(2026 회계연도 1분기)의 실적은 현 미국 소비 시장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연준이 이달과 내년 금리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체 주식시장의 산타 랠리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점도표상 내년 통화완화 정책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환호는 잦아들 수 있다. 나아가 예상을 깨고 12월부터 금리를 동결한다면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자신의 측근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연준 의장으로 낙점하는가도 중대 변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돼 최근 원·달러 고환율에 신음하는 한국도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게 된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美반도체 3배 ETF' 반등하는데…서학개미, 1조 넘게 팔아치웠다 [인베스팅 인사이트]
증권 증권일반 2025.12.07 17:53:03지난달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1조 원 넘게 사들인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2주 동안에는 해당 종목을 대거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관련 기업 주가들이 급락하던 시기에 매수가 집중됐던 만큼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물량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티커명 SOXL)’을 결제처리일 기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4일(매매일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8억 9027만 달러(약 1조 3100억 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순매도액이 가장 많았다. SOXL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등 나스닥과 뉴욕증시에 상장된 30개 주요 반도체 회사로 구성된다. 주목할 부분은 서학개미들이 SOXL 대량 매도에 나선 시점이 SOXL이 단기 반등을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라는 점이다. 올 4월 8일(현지시간) 8.25달러로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SOXL 가격은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10월 29일 49.38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가격이 급락해 지난달 20일 30.81달러까지 약 37.6% 떨어졌다가 상승 반전, 이달 5일 46.5달러까지 회복했다. 공교롭게도 서학개미들은 SOXL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집중 매수 전략을 펼쳤다. 이들은 지난달 3~20일 SOXL을 9억 1535만 달러(약 1조 3500억)어치 순매수했다.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던 10월에는 5억 295만 달러(약 7400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저점 매수 시기로 생각해 SOXL을 신규 매수한 투자자들이라면 아직 가격 회복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SOXL 가격이 일부 반등하자 이를 손절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직전 고점을 거의 회복했음에도 SOXL 가격은 고점 대비 5.8% 낮은 건 레버리지 상품의 ‘복리 효과’ 때문이다. 기초지수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시장 상황에는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 수익률이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100에서 80으로 하락(-20%)했다가 100으로 상승(25%)한 경우, 2배 레버리지 ETF의 가격은 100에서 60으로 하락(-40%)한 후 90으로 상승(50%)하게 된다. 한편, 앞으로는 개인들의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투자가 까다로워진다. 이달 15일부터 해외 레버리지 ETP를 처음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1시간의 사전교육을 의무로 받아야 한다. -
런정페이 "AI는 응용 경쟁…5년 내 中 경이로운 발전 할 것"
국제 경제·마켓 2025.12.07 17:43:47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기술 전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특히 미국과 달리 순환 거래 리스크가 거의 없어 최근 불거지고 있는 AI 거품론으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중국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최근 열린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ICPC)’ 심포지엄에서 “현재 AI 붐에 대해 논할 때 ‘발명’이 아니라 ‘응용’에 집중해야 한다”며 응용 분야에서 중국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발명은 단 하나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만 응용은 국가 전체를 강화할 수 있다”며 화웨이의 AI 연구는 전적으로 ‘응용’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런 회장은 AI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은 범용인공지능(AGI)과 초인공지능(ASI) 연구에 집중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5년, 아니 5~10년 안에 중국은 경이로운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구형 반도체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로 엔비디아 AI 칩에 필적하는 성능을 구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수 칩을 연결하는 ‘물량 공세’로 개별 칩의 성능 열세를 상쇄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샤오쥔 중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칭화대 교수)은 최근 구형 반도체를 활용해 설계한 AI 칩을 공개하며 “엔비디아의 최신 4㎚(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칩에 맞먹는 성능을 낸다”고 말했다.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캠브리콘은 내년 AI 반도체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엔비디아 출신이 설립한 무어스레드도 중국 내 그래픽처리장치(GPU) 국산화를 앞당겼다는 평가 속에 5일 상장하자마자 6배나 폭등했다. 한편 미국에서 순환 거래 논란이 촉발한 AI 거품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 비해 중국의 버블 우려가 작다는 분석도 나왔다. UBS증권이 발표한 중국의 AI 인사이트 보고서는 중국의 국내 회전금융이 제한적이고 자본 지출도 상대적으로 신중해 AI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 AI 개발 업체는 제3자 자금 조달이 아닌 모회사의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의 총자본 지출은 약 4000억 위안(약 83조 5000억 원)으로 미국 기업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태원 "AI버블 아냐…韓 7년내 인프라에 1400조 쏟아야"
산업 기업 2025.12.05 17:26:16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논란인 인공지능(AI) 산업 버블 우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또 한국을 ‘글로벌 AI 3강’으로 올려놓기 위해 “한국이 AI 산업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 정책이 바탕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5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을 주제로 열린 ‘제4회 BOK-KCCI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특별 대담을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 대담은 주로 이 총재가 AI와 관련한 질문을 하고 최 회장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 역시 이 총재에게 평소 궁금했던 사안을 되묻기도 했다. 이 총재는 우선 ‘AI 버블론’에 대해 최 회장의 의견을 물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 실현 시기와 기술적 한계에 대한 AI 산업의 구조적 의구심이 제기돼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비교해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버블이냐 아니냐는 대상에 따라 다르다”며 “산업 측면에서는 버블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늘 ‘오버슈팅’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버블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새로운 유형의 AI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 버블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에 대해 공감하면서 AI 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관해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의 AI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한민국 AI 전략이 돼야 한다”며 “결국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금 있는 기업만으로는 AI 전쟁을 계속해나가기 어렵다며 AI 관련 스타트업 시장을 따로 만들고 육성해서라도 몇 만 개 이상의 AI 스타트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AI 3대 강국으로 가려면 전문인력과 자금 등 ‘자원(리소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향후 7년 내 약 20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70조 원이 필요한 만큼 7년간 1400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단순히 인프라 구축에만 이 정도 들고 교육비 등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이 총재에게 “한국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새로운 투자 방안을 연구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업 차원에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이를 위해 제안한 일반 지주회사의 사모펀드(GP) 운영 허용이 논란이 된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끝으로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2등과 차이가 많이 나는 3등은 의미가 없다”며 “리소스를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특혜나 다른 문제에 계속 부딪힐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총재는 “금융의 AI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최 회장의 질문에 “지불 측면에서 화폐가 통용되는 시기는 곧 끝날 것”이라며 “한은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와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지만 자본자유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에 규제가 있고 감시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홍락 LG AI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맡아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주제 발표에서는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과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이 나와 AI 전문인력 수급 불균형과 AI 기반의 성장 지향형 경제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
흔들리는 오픈AI 손들어 준 손정의…"지원에 전념"
국제 정치·사회 2025.12.04 17:56:05오픈AI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오픈AI 지원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와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하는 한편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쟁쟁한 강적들 속에서도 (오픈AI가) 톱을 달리고 있다”며 “오픈AI의 최대 응원단으로서 지원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글이나 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타사에 대한 투자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발언은 구글 ‘제미나이3’가 성능 평가에서 챗GPT 5.1을 앞서는 등 오픈AI의 기술 주도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에 코드 레드를 발령하며 챗GPT 고도화와 사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오픈AI는 폴란드 AI 스타트업 넵튠AI 인수 소식도 알렸다. 넵튠AI는 AI 모델의 훈련 과정을 감독·분석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금까지 오픈AI에 347억 달러를 투자했거나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출자 비중은 약 11%에 달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58억 3000만 달러(약 8조 원)에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오픈AI와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돈이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AI가 거품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AI 거품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AI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라며 “금액으로는 연간 20조 달러(약 2경 9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 올인’ 전략에 힘입어 올 10월 소프트뱅크그룹은 상장 이래 최고 주가를 달리며 시가총액이 40조 엔을 돌파했다. 하지만 제미나이3 공개 직후 주가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고토 CFO는 “지금은 AI 기술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금, 거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반도체 등에도 적극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고토 CFO는 “시설 투자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우리의 AI 관련 투자 회수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AI 거품론' 마이클 버리, 이번엔 테슬라 때렸다
증권 증권일반 2025.12.02 18:04:00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거품이 꼈다며 엔비디아·팰런티어 등 주요 AI 관련주의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바 있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송한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테슬라가 말도 안 되게 과대평가돼 있다(ridiculously overvalued)”고 주장했다. 그는 테슬라가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년 약 3.6%씩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지급되는 기록적인 보상 패키지가 향후에도 주식 희석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리는 2021년에도 5억 3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규모의 풋옵션 매입으로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2021년 말 포지션은 청산됐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약 1조 4306만 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충격이 있었던 올 4월 8일 221.86달러로 올해 최저점을 찍은 뒤 전날 기준 430.14달러로 93.88% 상승했다. 로이터는 테슬라 주가가 향후 예상 이익의 약 20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평균(예상 이익의 약 22배)을 크게 상회한다고 전했다. 버리의 공매도 소식이 전해진 후 테슬라 주가는 전날 애프터마켓에서 0.37% 하락했다. 테슬라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267억 5398만 달러(약 39조 3775억 원)에 달한다. 테슬라는 버리의 지적에 대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AI 칩 가격 낮추기 나선 엔비디아…'반도체설계' 시놉시스에 3조원 지분 투자
국제 정치·사회 2025.12.02 04:33:47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SW) 기업 시놉시스에 전략적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1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시놉시스 보통주를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해 총 20억 달러(약 2조 9400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에 엔비디아가 인수한 지분은 시놉시스 발행 주식의 2.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로 엔비디아 주가는 1% 이상, 시놉시스는 4% 이상 장중 상승하고 있다. 시놉시스는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반도체 칩에 사용되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연결기(커넥터)의 복잡한 설계를 지원하다. 반도체를 생산하기 전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도 한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 컴퓨팅 역량과 시놉시스의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결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팀들에 더 높은 정밀도와 속도, 더 낮은 비용으로 지능형 제품을 설계·모의실험·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시놉시스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제품군을 최적화한다. 두 회사는 클라우드 지원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겨냥한 시장 진출 전략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그간 가속 컴퓨팅의 일종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앞세워 AI 모델 개발 업체인 오픈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 등 여러 기업에 투자를 확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시놉시스와의 협력은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AI의 힘을 활용해 기술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 탁월한 제품을 발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놉시스에 대한 투자가 엔비디아 칩 구매 계약과 연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 거품론’을 촉발한 순환 거래 의혹에 선을 그은 것이다. -
손정의 "엔비디아 주식 울면서 팔았다" AI버블 반박
국제 국제일반 2025.12.01 20:02:19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최근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었다”며 “돈이 무한정 있었다면 단 한 주도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AI 거품론을 일축하며 “누적 투자액이 수조 달러에 달해도 충분히 보상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FII 프라이어리티 아시아 포럼에 참석해 지난달 공개된 엔비디아 지분 전량 매각 결정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 한 주도 팔고 싶지 않았다”며 “단지 오픈AI 등에 투자할 자금이 더 필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며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소식은 시장에서 확산하던 ‘AI 거품론’에 기름을 부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지분 매각으로 58억 달러(약 8조5000억 원)를 확보했다. 손 회장은 시장에 제기된 AI 투자 과열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버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뒤 “AI가 장기적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창출하게 된다면, 지금의 수조 달러 규모의 누적 투자 비용은 충분히 회수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대체 어디에 버블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투자 서밋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참석했다. 손 회장의 첫 비전펀드는 PIF로부터 450억 달러를 조달해 설립됐다. PIF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에 약 11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30년까지 총 270억 달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
美 연준, 양적긴축 종료…'에브리싱 랠리' 다시 오나
국제 정치·사회 2025.11.30 17:38:17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6월 시작한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3년 6개월 만인 12월 1일(현지 시간)부로 종료한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고점 우려 등 악재에 억눌렸던 투자심리가 양적긴축 종료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크게 개선돼 연말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관세 여파에 따른 고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29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연준은 12월 1일 양적긴축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은행 시스템의 예치금(준비금)을 흡수하는 통화정책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대차대조표 확대)는 그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2022년 6월 당시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양적긴축에 돌입해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을 거둬왔는데 12월 1일부터는 이 같은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양적긴축 과정에서 2022년 4월 8조 9655억 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보유 자산 규모는 26일 6조 5524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1일 양적긴축 종료를 맞아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주최하는 대담에서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양적긴축 종료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연말 글로벌 증시의 ‘산타 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또 최근 좀체 반등하지 못하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일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10월 6일 12만 60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29일 현재 9만 달러 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고점에 비하면 3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월가는 다만 연준이 양적긴축을 종료하더라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유동성 증가 효과가 희석될 위험이 있기에 12월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양적긴축 종료의 경우 연준의 시중 유동성 흡수 중단 효과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금리 변동은 시차를 두고 대출 비용 등에 반영된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로 행정부의 공식 물가 지표가 잇따라 지연·취소된 상태에서 연준 인사들이 장·단기 동반 통화 완화 정책을 두고 물가 상승 자극을 우려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AI 거품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점도 유동성 공급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최근 공개된 10월 FOMC 회의 의사록에서도 금리 인하보다는 ‘유지’ 의견을 밝힌 연준 인사들의 수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록에 “많은(many)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제 전망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적혔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을 86.4%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동결 확률은 13.6%다. -
"외국인 폭탄 매도에도 개미는 질렀다"…SK하닉·삼성전자 싹쓸이[마켓시그널]
증권 국내증시 2025.11.30 10:53:24이달 코스피 지수가 조정받는 가운데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로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대거 매도한 반면 개인은 이를 그대로 받아내며 시장을 지탱하는 모습이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4조 456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별 외국인 순매도액 기준 역대 최대치로 직전 기록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의 12조 5174억 원이었다. 외국인은 9월과 10월 각각 7조 4000억 원, 5조 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3개월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8조 8028억 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순매도 배경으로는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 인공지능(AI) 거품론 확산, 미국 기술주 조정 등이 지목된다. 미국발 투자 심리 위축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외국인은 이달 SK하이닉스 8조 7310억 원, 삼성전자 2조 229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종목만으로 전체 순매도의 76%가 집중됐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 7870억 원, 네이버(NAVER(035420)) 6060억 원, KB금융(105560) 5580억 원 등의 매도도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의 매물을 대거 받아냈다. 이달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9조 2870억 원으로 역대 3위다. 역대 1위는 2021년 1월의 22조 3384억 원, 2위는 2020년 3월의 11조 1869억 원이다. 개인이 가장 많이 담은 종목 역시 외국인이 던진 종목과 같았다. 개인은 SK하이닉스 5조 9760억 원, 삼성전자 1조 2900억 원을 집중 매수했다. 이어 두산에너빌리티 9880억 원, 네이버 8720억 원,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615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추세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 AI 거품론이 잦아든 점과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며 유동성 장세 지속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덕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수요 폭발 속에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진행 중이고,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와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5300포인트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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