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남편을 사면·석방하면서 조력사 합법화 논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22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프랑코 치오니(77)가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치오니는 2021년 4월 자택에서 암 투병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사망 당시 아내는 68세로, 암이 폐에서 뇌로 전이된 상태였다.
지난해 법원은 치오니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배우자의 긴 투병 기간 헌신과 인간적인 지지를 무시할 수 없다”며 정상 참작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치오니는 석방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저지른 일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은 환자만의 것이 아니며 간병인도 병들게 된다”며 “생의 마감과 간병인 관련 현대법은 먼저 의회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탈리아 의회에 조력사 합법화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환자가 연명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2024년 7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가능해졌지만, 조력사를 포함한 안락사는 대부분의 주에서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 주간지 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는 “치오니의 사면 결정은 더 이상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일 뿐, 면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치오니가 석방된 다음 날인 23일 기자들과 만나, 고향인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최근 통과된 말기 환자 조력사 허용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법은 여명이 6개월 이내로 남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조력사 또는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은 미국 일부 주에서 허용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등은 일정 조건을 전제로 안락사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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