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대응이 뒤처지는 이른바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기물보다 중기물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채권 가격 하락)해 금리 차가 16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채 5년물과 2년물의 금리 격차는 이달 22일 한때 0.41%포인트까지 확대돼 2009년 11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19일 정책금리를 30년 만의 최고 수준인 0.75%로 인상했음에도 시장은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전날에도 5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0.030%포인트 상승한 1.520%를 기록했다. 단기·중기 채권의 금리 차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일본 경제가 ‘엔저 심화→수입물가 상승→금리 상승 압력’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통상 잔존 만기 2년물 국채는 당장의 통화정책에 좌우되기 쉽지만 5년물은 중장기적인 경기와 물가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두 채권의 금리 차 확대는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보다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추진하는 ‘고압 경제(High-pressure Economy)’, 즉 수요를 공급보다 우위에 두는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이자 지급 부담이 늘어나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과감하게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엔저가 심화하고 물가가 다시 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미 일본 재무성은 2026년도 예산안에서 국채 이자 지급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장기금리 상정치를 3% 정도로 설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도의 2.0%보다 대폭 상향된 수치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내년 1월부터 국채 수급은 한층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년물 국채의 입찰 1회당 발행액이 1000억 엔 증액될 예정이어서다. 닛케이는 이 같은 불확실성에 은행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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