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한 해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이다. 독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먼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이다. 한 문장을 따라 마음이 이동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시간과 공간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라 불린다. 경기도 곳곳에는 이런 문학적 순간을 품은 공간들이 남아 있다. 작가의 흔적이 깃든 문학관부터 책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책방까지, 책을 통해 얻은 감동을 더욱 깊게 만드는 장소들이다. 경기관광공사의 안내로 경기도의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안성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한 살구나무책방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를 고쳐 만든 이 책방은 옛 구조를 그대로 살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새 책 대신 ‘지난책’이라 불리는 중고책을 만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책방 안쪽 작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다. 휴대전화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한 밤을 책과 함께 보내는 경험은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광명에는 천재 시인 기형도의 삶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문학관이 있다. 시인의 친필 독서 목록과 애용하던 물건들은 그의 사유와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끼게 한다. 학창 시절의 기록과 어머니가 간직해 온 유품은 짧지만 밀도 높은 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학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숲길에서는 시 구절을 떠올리며 천천히 걸을 수 있어, 그의 시가 지닌 고독과 위로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화성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일제강점기 근대 낭만주의 시인의 삶을 따라가는 공간이다. 동인지 『백조』 창간호부터 대표작이 전시된 공간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문학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궤적이 차분히 정리돼 있다. 문학관 뒤편 묘역까지 이어지는 짧은 산책길은 그의 생과 작품을 되새기기에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수원에 문을 연 경기도서관은 현대적 독서 공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개방형 구조와 ‘경기책길’이라 이름 붙은 동선은 도서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서재처럼 느끼게 한다. 인공지능 체험 공간과 기후·환경을 주제로 한 서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은 독서를 읽는 행위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부천의 펄벅기념관은 문학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삶과 역사를 잇는지를 보여준다. 노벨문학상 작가 펄 벅의 생애와 한국과의 인연, 전쟁고아를 돌봤던 기록들은 문학이 현실과 맞닿을 때의 힘을 전한다. 작은 공원과 함께 조성된 공간은 잠시 머물며 그의 시선과 애정을 곱씹게 한다.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은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문학 산책의 정점이다. 세계와 한국 문학을 아우르는 전시와 작가들의 흉상, 아동문학 공간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문학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걷고, 읽고, 손으로 만들어보는 체험은 문학을 더욱 생활 가까이 끌어온다.
책 한 권을 들고 길을 나서는 순간,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경기도의 문학 공간들은 그 조용한 여행을 더욱 깊고 오래 남게 만드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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