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가량 지난 시점에 이미 비상계엄을 염두에 둔 정황을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공소장에서 2022년 11월 관저 만찬 발언을 계엄 구상의 출발점으로 적시했다. 그는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 “나에게는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과 국정과제 추진 난항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며 반복적으로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판단했다. 2023년 순직해병 사건 수사 외압 논란, 강서구청장 재보선 패배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진 시점도 분석에 포함됐다.
본격적인 준비는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무렵 시작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인사가 근거로 제시됐다. 이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다시 ‘비상대권’을 거론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시기 계엄 실무가 본격화됐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 경 삼청동 안가 만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신원식 전 안보실장,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은 국회 봉쇄·점령, 정치인과 민주노총 인사 체포·구금 방안을 검토했다고 특검은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5~6월에도 안가에서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에게 “비상대권이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말했고, 7월 하와이 순방 중에는 “한동훈은 빨갱이다” “군이 참여해야 하는데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초에는 “현재 사법 체계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시기 신원식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김용현 경호처장을 후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한 인사 과정도 계엄 준비와 연관된 정황으로 보고 있다.
2024년 11월부터는 계엄 선포 준비가 가시화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윤 전 대통령은 9일께 군 수뇌부에게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계엄을 다시 거론했고, 24일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고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직후인 11월 29일,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문 준비를 지시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이어 30일 밤 관저에서는 “헌법상 비상조치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12월 3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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