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민 사회부 차장
현 고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판이 거세다. 애초 고교학점제 설계 당시 핵심 전제였던 ‘수능 및 내신의 절대평가’가 충족되지 않은 데다 현장의 준비 부족까지 맞물리며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2주 전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교사를 위한 대책만 있고 학생을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그렇다고 고교학점제 전면 폐지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 입학 전형 변경은 ‘해당 입학 연도의 4년 전’까지 공표해야 하는 만큼 현행 고1·중3 학생은 고교학점제하에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교육부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교육 현장의 말을 종합하면 현행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고교 1학년 때 자신의 미래 진로를 사실상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2와 고3 때 듣는 ‘선택과목’에 따라 입학 지원 가능 대학 및 관련 학과가 정해지는 구조 때문이다. 학생이 중간에 자신의 진로를 변경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일선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이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고교학점제가 지역과 소득별 학력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 개설을 전제로 하지만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지방에서는 과목 개설 제한으로 충분한 학습권 보장이 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진로 로드맵 설정을 위해 고교생은 물론 중학생 학부모가 고액을 들여 사설 컨설팅을 듣는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적성 탐색을 위해 ‘자율전공학부’ 개설을 확대하는 일선 대학 정책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이미 시행 중인 만큼 교육계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정부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꾸준히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달 대책이 ‘교사 업무 부담 경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다음번 대책은 ‘학생 혼란 완화’가 중심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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