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900억 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을 시가보다 낮게 한 점은 인정했지만, 세금을 고의로 축소 신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산세 약 146억 원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24일 선고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부과된 법인세 중 776억여 원을 넘는 부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호터미널 주식이 저가 양도된 사실은 맞아 세무당국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한 건 정당하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조세 징수를 회피하려는 적극적 행위를 한 정황은 없어 부정 과소신고 가산세까지 물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과세는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4월 금호기업에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27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세무당국은 주식 가치를 약 5787억 원으로 평가하고, 시가보다 낮게 판 것으로 보고 2022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 913억 원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가산세도 함께 얹었다.
법원은 금호터미널의 실제 자산 가치를 두고도 판단을 내렸다. 금호터미널이 갖고 있던 광주신세계백화점 건물은 과거 신세계와 롯데가 경쟁을 벌이며 5,270억 원이라는 큰 임대보증금 계약이 맺어졌는데, 세무당국은 이 금액을 그대로 건물 가치로 잡았다. 아시아나는 “특수 상황에서 높게 책정된 금액이라 건물 가치와는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시장에서 형성된 정상적인 가격이라며 세무당국의 평가를 받아들였다.
아시아나는 별도의 회계법인 평가 방식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뚜렷한 거래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주식 가치는 세무당국이 산출한 금액을 시가로 보는 것이 맞다고 결론냈다.
다만 법원은 “회계법인 보고서를 의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세무당국에 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시아나가 세금을 고의로 속이거나 증거를 조작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본세 부과는 정당하지만, 가산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이 매각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18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매각가가 크게 헐값이라고 보기 어렵고, 아시아나항공에 뚜렷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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