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재편된 새 통상 질서에서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가격 우위를 잃고 경쟁국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미국은 7월 31일까지의 무역 협상 결과를 반영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 상호관세 행정명령을 8월 7일 0시 1분부터 발효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관세율 15%를 사수하며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무효화되면서 13년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해온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미 수출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은 2.5% 관세가 부과됐던 일본, 유럽연합(EU)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가격 우위를 누려왔지만 이제부터는 15% 관세율의 동일한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의 상대적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시장을 둘러싸고 일본·독일 등 경쟁국과의 경쟁 격화가 우려된다. 철강·알루미늄 분야는 6월부터 부과된 50% 품목관세가 그대로 유지돼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일본이 미국 철강사인 US스틸을 인수해 현지 생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우리 철강 업계의 충격은 크다. 이달 중 품목관세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지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자유무역 체제의 종언에 따른 교역 위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여건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가격 우위를 잃은 우리 기업들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정부는 규제 혁파와 세제·재정 등 전방위 지원으로 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뚫고 우리 전략산업의 수출 엔진을 가동할 수 있다.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탄탄한 실력을 갖춰야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휘둘리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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