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무역 협상을 완료한 국가들조차 세부 조건을 두고 미국 측과 해석이 엇갈리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상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며 실리를 챙기는 ‘트럼프식 딜(deal)’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불확실성이 ‘2라운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측 관세 협상을 담당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1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합의 사항의 이행 여부를 분기별로 점검하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관세 담당) 각료와 논의한 기억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후 일본과 타결한 무역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평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15%로 합의된 관세율을 애초 설정된 25%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의 대미 투자를 두고도 말이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나의 지시하에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투자 이익의 90%를 미국이 갖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실제 재정지출이 아니며 정부계 금융기관의 출자·융자·융자보증 형태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약품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과 15% 관세 협상 타결 후 브리핑에서 “자동차와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라고 언급하면서도 “의약품은 이번 합의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면 포함”을 주장했다.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 속에 미국은 조만간 의약품 품목관세를 발표한다.
합의 내용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쏟아지면서 향후 이행 과정에서 새로운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리아나 자인 웨스트팩 이코노미스트는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해당 국가의 최종 세율인지, 아니면 여전히 협상의 대상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제프 응 SMBC 아시아 거시전략 책임자도 “아마도 관세율이 지금부터 내년까지 계속 변경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일부 변경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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