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어부지리로 얹혀가는 주제에 혼탁하게 하지 말고 이 판에서 빠지십시오.”
25일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에서 선거 유세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국민의힘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앞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가 거론될 때마다 가능성을 일축해 온 이 후보는 이날 더 이상 인내하지 못하겠다는 듯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수세에 몰리다가도 국민의힘이 ‘단일화무새’ 같은 행동을 하니 기고만장해 망상에 찌들어 이준석이 단일화할 것이라느니, 이런 얘기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지 않냐”며 “(국민의힘은) 전략도 없고 ‘이재명 도우미’를 자처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너무 답답하다”며 “이재명 후보가 저렇게 당황해 날뛰게 만든 사람은 누구냐. 바로 저 이준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2차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허접한 경제관을 짚어내면서 그의 무능이 증명되기 시작했다”며 “국민의힘이 자꾸 단일화 담론으로 도움 안되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재명 후보는 이미 40% 초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에 대한 의견이 비슷한 세 후보 황교안, 김문수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해도 좋다”라고 비꼬았다.
이전부터 거침없는 발언으로 잘 알려진 이 후보지만 이날은 특히 더 격앙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단순한 의지 표명을 넘어 이번 발언은 국민의힘에 더 이상 단일화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이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줄곧 밝혀왔다. 이에 반해 이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구애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졌다. 이 후보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끝까지,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정치권에선 ‘그래도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미 ‘1차 시한’으로 여겨진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25일)이 지난 가운데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29일 전까지 단일화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에서도 이 후보가 결국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이날 이 후보를 향해 “원래 한뿌리였으니 계속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의 회유와 압박도 지속됐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보수 단일화가 이뤄지면 전선을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 후보를 겨냥해 “이재명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 우리가 분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 후보의 대응도 점점 더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후보 측 입장이다. 전날 이 후보가 국민의힘에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 이유도, 효과도 없다”며 “단일화를 해도 무조건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만큼 득표율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말 동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집중 유세를 펼친 이 후보는 27일 3차 TV 토론을 앞두고 준비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는 28일부터 다시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