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투자 세일즈 대통령’을 자처하며 해외 투자 유치 전략을 포함한 경제 공약을 내놓았다. 자신의 정책적 면모를 부각하는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 방향을 겨냥하며 유권자 민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흘째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고 있는 김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부천을 찾아 표심에 호소했다.
김 후보는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 세계 투자를 이끌 세일즈 대통령이 되겠다”며 투자 활성화 공약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해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F4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경제자문위원회를 신설해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증시 활성화 방안으로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및 세율 인하, 장기 투자자 세제 혜택 제공을 내놓았다. 또 2000만 원 금융소득 이하, 1년 이상 장기 주식 보유자를 대상으로 투자 기간에 비례해 배당 원천징수 세율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임기 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을 추진해 더 많은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엔젤 투자자 소득공제, 양도차익 등에 세l제 혜택도 부여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이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5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정책적 면모도 부각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경제를 하고 정부는 도와드리는 역할”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실 안에 기업의 각종 민원을 전담하는 담당 수석을 두고 기업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현장과 민간의 창의적 목소리를 수렴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달라”며 △한일 경제 연합 연대 강화 △해외 인력 500만 명 유치 △K컬처 등 소프트머니 산업화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김 후보는 재계 입장을 옹호하며 이 후보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대해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은 거짓말”이라며 “(사고 발생에)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 대응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도 못 하게 하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법을 어떻게 입법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후보)이 대통령이 됐을 때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면 젊은이들과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할 때 정말 끔찍하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촉발된 의정 갈등에 대해서는 사과하며 ‘의료계 달래기’에도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회장단 간담회에서 “왜 이렇게 우리가 시간을 보내고 소중한 인재들이 공부를 못할 정도로 만들었나. 저는 무조건 사과드린다”며 “의사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정말 의사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의료계 등 직역 단체를 연달아 만나며 국정 운영 능력을 내세우면서 정책 관심도가 높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여성 정책 협약식을 맺고 저출생·경력단절여성 등의 여성 공약을 발표하고 어린이집 간담회를 진행했다.
나흘째 수도권 집중 유세를 이어간 김 후보는 이날 유세 종착지로 ‘정치적 고향’ 부천을 택했다. 김 후보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경기 부천 소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저를 키워준 것은 부천이다. 땀 흘리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부천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저의 보람이고 행복이었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부천역 유세 현장에는 부인 설난영 씨, 딸 김동주 씨 내외 등 김 후보 가족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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