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자국 내 자동차 생산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생산기지 이탈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에서 생산과 고용, 투자가 유지된다면 미국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에 대응 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부과한 25% 자동차 관세에 맞서 캐나다가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발표가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캐나다 내 생산을 포기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GM과 스텔란티스는 이미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 축소를 검토해왔다. 스텔란티스는 온타리오주 윈저에 위치한 크라이슬러·닷지 공장의 운영을 일시 중단했고, GM도 전기밴 수요 부진을 이유로 몇 달간 일부 생산라인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토론토 외곽 조립공장을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다.
전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가 미국 판매 차량의 90%를 현지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일부 생산라인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니 총리의 발표 직후 업계 분위기는 달라졌다. 혼다는 즉각 성명을 내고 “캐나다 공장은 당분간 최대 가동률을 유지할 것이며, 생산 이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영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향후 비상상황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준비 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멕시코 내 생산 이전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다는 현재 온타리오주 알리스턴 공장에서 CR-V와 시빅을 생산 중이며, 지난해에는 캐나다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한 15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관세 면제 조치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계 자동차 기업들의 숨통도 다소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