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계의 현주소를 표현한다면 얼어붙은 호수 위에 다 같이 서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봄이 되면 빙판 가장자리부터 녹기 시작하고, 여기에 선 게 지방 로스쿨입니다.”
10일 최봉경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법학교수회 회장)가 서울경제신문에 전국 로스쿨이 ‘익사 직전’의 위기 상태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교육 생태계가 지속될 경우 가장 먼저 위기를 맞는 것은 지방 로스쿨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최 교수는 “합격률이 대학 본부의 로스쿨 예산 지원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는 지방 로스쿨에 탈출구가 없다”면서 “이미 재정난이 심각하고 접근성도 낮은데 어떻게 우수 교원을 데려오고 특성화 정책을 펼치며 경쟁력을 얻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의 모든 문제가 맞물려 있다. 로스쿨 선발 시험, 입학 후 커리큘럼과 변시 제도 등 ‘교육의 3박자’가 함께 움직여야 수도권·지방 격차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과제로 ‘폭넓은 법률 학문의 부활’을 꼽고 이를 위해 △점진적인 변시 합격률 상향 △법학적성시험(LEET)의 개혁 및 변시에 기초 법학을 포함한 선택과목 이수제 도입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덜고 학문 탐구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합격률을 매년 5%씩 높이되 장기적으로는 ‘자격시험화’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면 합격자 수를 비교해 로스쿨 서열을 매기는 관행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체계에서는 학생들이 지방에서 서울로의 ‘업그레이드 반수’는 물론 같은 지방권 내에서도 ‘학점 세탁용’ 반수를 하는 등 학교를 학원 옮기듯 바꾼다”며 교육기관으로서의 본령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을 인가주의 대신 준칙주의에 입각한 미국식 제도에 가깝게 유연화하는 방안도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로스쿨을 운영하다가 여력이 되지 않을 경우 인가를 중도 반납하거나 새로운 로스쿨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경쟁을 보장한다면 전국 로스쿨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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