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인 중국 CATL이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ATL은 올 7월까지 홍콩 증시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대 2억 2017만 주를 신주 발행해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 2021년 1월 콰이쇼우테크놀로지(62억 달러)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CATL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 업체로 2018년 6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9645억 위안(약 9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73억 유로) 등 시설 자금으로 대부분 사용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서도 시장점유율 수성을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글로벌 무역 전쟁 격화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 확보가 관건이다. 홍콩 증시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만 4700선을 웃돌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미중 무역 전쟁이 불붙은 이달 7일 13% 이상 빠지며 1만 9800대로 폭락했다. 이후 국유회사의 시장 개입 등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2만대를 회복해 이날 오후 기준 2만 800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시 입성을 대기하던 기업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SCMP에 따르면 현재 홍콩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은 총 178곳으로, 이 가운데 다수가 상장 계획 연기를 검토 중이다. 시장이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서는 CATL의 상장이 홍콩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업인 만큼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홍콩 증시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UBS글로벌뱅킹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자 공동책임자인 존 리 첸콰크는 “기업들이 상정 적기를 기다리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올해 홍콩과 중국 본토 주식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만큼 홍콩 시장은 여전히 회복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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