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 시간) 마스터스 기자회견 말미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다렸다는 질문인 듯 매킬로이는 “얼마 전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고 지금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인) 존 그리셤의 ‘더 레코닝’을 읽고 있다. 오랜만에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고 있다”고 했다.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최고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를 앞두고 설레는 것은 전 세계 골프 팬뿐이 아니다. 출전하는 95명 선수들도 다른 대회와는 차원이 다른 설렘과 긴장으로 개막을 기다린다. 매킬로이는 “열아홉 살에 처음 매그놀리아 레인(오거스타내셔널 진입로)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감정은 행복감뿐이었다. 여생에 딱 한 곳에서만 골프를 해야 한다면 이 코스를 매일 걷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 같다. 이 대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에서 골프하는 기분을 선사한다”는 말로 마스터스의 특별함을 설명했다.
이런 설렘이 그대로 좋은 경기력으로 옮겨가도록 선수들은 각자 자신만의 ‘무장’을 한다. 세계 랭킹 2위 매킬로이한테는 그게 독서이고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는 어머니의 헌신을 되새기는 것이다. 셰플러는 “어머니는 정말이지 ‘하드 워커’였다. 나는 직업윤리라는 정신을 엄마를 보고 배웠다”고 했다. “일과 엄마 역할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여서 엄마는 넷을 혼자 돌본 셈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이를 얻은 후 처음 마스터스를 맞는 셰플러는 “새로운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게 됐다. 부모에 대한 감사가 더 커진 것은 물론”이라고 했다.
“셰플러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셰플러처럼 실수는 줄이고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던 매킬로이의 말에 대해서는 “나는 그처럼 350야드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보내지 못한다. 그처럼 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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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US 오픈 우승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지난주 (LIV 골프 마이애미 대회 때) 강한 바람 속에 플레이를 잘했기에 이번 주도 바람이 좀 불어주면 좋겠다”는 말로 바람에 강하다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주입했다. 2023년 마스터스 챔피언 욘 람(스페인)은 ‘스페인 레전드의 기운’을 끌어왔다. “스페인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그동안 잘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 그는 “최근 두 번의 스페인 선수 우승(201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2023년 람)이 모두 (전설적인 스페인 골퍼인)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생일에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경기할 때는 그와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첫 출전에 준우승 성적을 낸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는 ‘아이 컨택트’에 집중한다. 그는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대회라 경기 중 관람객들과 눈 맞추기를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 경기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주 대회 우승자인 브라이언 하먼(미국)은 “조지아주 출신이라는 사실이 책임감을 더한다. 어릴 때부터 옆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마스터스)을 봐왔기에 더 특별한 의미의 대회”라고 했다.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은 래퍼 에미넴을 언급했다. “영화 ‘8마일’에서 그는 랩 배틀 파이널을 앞두고 ‘셀프 디스’로 집중력을 끌어올려요. 저도 이번 대회 내내 제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주의로 갈 것입니다.”
한편 이날 발표된 1·2라운드 조 편성에 따르면 한국 선수 3명은 모두 메이저 챔피언과 동반 플레이한다. 임성재는 메이저 5승의 브룩스 켑카(미국), 러셀 헨리(미국)와 같은 조이고 김주형은 메이저 3승의 조던 스피스(미국), 티럴 해턴(잉글랜드)과 한 조다. 안병훈은 2018년 마스터스를 우승한 패트릭 리드(미국), 맥스 그레이서먼(미국)과 이틀을 같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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