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막바지 로비에 나서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제조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어서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의 모기업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저가 부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완성차와 엔진·변속기 등 주요 핵심 부품에 대한 관세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전선 덮개 등 멕시코를 비롯한 저임금 국가에서 조달하는 범용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저가 부품에까지 관세가 매겨지면 미국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 비용이 최대 수십억 달러 늘어나 영업이익이 줄고 직원도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과 원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 연간 최대 110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수입산이며 미국에서 조립되는 차량도 부품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탈리아의 고급 자동차 기업 페라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종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도 현지 딜러들에게 자동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상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차량 판매 가격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미국 내 재고로 판매를 충당하고 가격을 동결하면서 점유율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간 대미 투자를 꾸준히 이어온 독일 자동차 3사(메르세데스벤츠·BMW·폭스바겐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1992년과 1997년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수출 거점을 확보했으나 관세의 영향을 피하기는 역부족이다. 2011년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에 활용한 폭스바겐 역시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래전부터 미국 현지 생산에 투자를 늘려온 독일 자동차 업체들조차 제품 전체 라인업과 공급망을 완전히 현지화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수십억 달러를 현지 공장에 투자한 외국 기업조차도 급변하는 무역정책의 시대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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