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가스요금 인상으로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은 수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을 경험했다. 특히 제조 업체의 40%가 연이은 전기료 인상으로 자가발전 등 자구책을 고민할 정도로 일반 국민과 기업에 주는 부담은 심각하다. 에너지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나라들이 패권을 거머쥔 사례를 볼 수 있다. 18세기에는 범선 기술을 활용한 네덜란드가, 19세기에는 내연기관 개발로 화석연료를 활용한 영국이, 20세기부터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미국이 세계를 제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한가. 특정 정치 논리에 따라 에너지원의 비중이 결정되는 경우를 이미 경험했으며 그 비용은 결국 국민과 기업이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도 한전의 전기료 인상으로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 발전원별 전력 생산 단가를 살펴보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h(킬로와트시)당 180원 정도로 원자력에 비해 여전히 세 배 정도 비싸다. 그런데도 매년 봄철만 되면 일조량 증가 등 태양광발전 여건이 조금 좋아진다는 이유로 여지없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값싼 원자력의 출력을 줄이는 일이 되풀이된다. 전 지구의 재생 자원 적합도 지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태양광이나 풍력 자원의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태양광의 경우 중동이나 미국의 애리조나와 같은 지역에 비해 연평균 일조량이 현저히 낮다. 풍력 역시 발전에 적합한 일정한 해풍을 보유한 영국이나 독일의 북해 지역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지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촉진을 위해 대용량 전력 생산에 적합한 원전의 출력을 줄이는 일은 실로 비상식적이다. 이는 결국 값비싼 전기료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꼴로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정치적 불안 등으로 국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정책은 자제해야 하며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에너지 비중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은 값싼 무탄소 전력원으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도 원전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미래 전력 고소비 산업 재편에 대비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내재적 단점인 간헐성·비급전성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구글·아마존과 삼성물산 등 국내외 기업들도 원자력에너지의 확대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국제적으로 순수 재생에너지 이용 방안인 RE100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CF100으로의 전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국가가 가난해진다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전력원 비중 선택에 있어도 반드시 경제 논리가 전제돼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전가될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라도 봄철만 되면 무턱대고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을 줄일 게 아니라 발전원별 전력 생산 단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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