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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들공식’ [조금평의 농촌유토피아]

조금평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3無 3有’대학으로 강의실과 교수와 등록금이 없고, 창조적 상상력과 통섭 융합력, 그리고 지역 리더십을 공부하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있다.

3월 새 학기 국내의 모든 학교는 입학식 후 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대학은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1시, 경남 함양 오도재 정상에서 특별한 입학식을 진행한다. 1, 2, 3학년 전 학생이 1년 동안 공부할 학습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들공(공부에 들다)’을 선포하는 것이다.

농촌 혁신과 그린 르네상스(Green Renaissance)를 선도할 핵심 역량을 키운다는 사명으로 2020년 설립되어 2021년 3월 첫 입학생을 맞은 농촌유토피아 대학원, 그동안 1회 졸업생 배출과 함께 올해 5년째 입학생을 맞이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농촌에 우리는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농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사업 결과 과시를 위한 재정 지원이나 단발성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핵심은 ‘사람’이다. 농촌을 유토피아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농촌을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자 창조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현재의 대학 시스템은 도시 중심적이며, 특정 직업군 취업을 목표로 한 교육이 주를 이룬다. 농촌에서 창조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존 대학은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기존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조적 상상력과 지역 리더십을 바탕으로 농촌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할 인재를 양성한다.

대학은 농촌의 마을과 현장을 학습 공간으로 활용함으로 전국 각지 모든 현장이 캠퍼스이며 강의실이다. 산림청장을 지낸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김재현 교수, 전 농업진흥청장을 지낸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등 각계 다양한 분야 최고 전문가 60여명의 멘토 교수도 있다. 농촌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농업, 환경, 생태, 경제, 문화, 예술,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들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준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관계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며 인재는 모셔야 한다는 취지에서 등록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장학습비를 지급한다.





이는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에콜42’(École 42),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gón Team Academy)등 세계적인 대안대학의 사례를 참고해, 이론과 실천을 결합한 혁신적인 학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농촌을 무대로 창조적 상상력을 실행하고 도전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배움터가 되고자 하는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닌, 농촌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농촌에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하고, 자립적이며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번 들공식을 준비하는 학교에 아름다운 소식이 전해졌다. 자연 친화적 삶을 지향해 수도권의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귀촌을 위해 지역을 공부하던 중 농촌유토피아대학원에 입학한 최지혜씨(43세, 경남 함양 함양읍). 그녀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실행 과제를 수행하던 우수 학생이었다. 학업을 계속 이을 수 없어 안타까웠던 그녀가 들공식 소식에 맞춰 메모를 전해 온 것이다.

“29일(농촌유토피아대학원 들공식 날), 저희집 자유롭게 오픈합니다. USB(Utopia Study Box·농촌유토피아대학원)분들 누구라도 하룻밤 주무실 수 있습니다. 5명이 쓸 수 있는 이불과 침낭 있습니다. 개인 이불 가지고 오시면 더 많은 분들 수용 가능하며, 큰방과 마루 등 최대 10명까지 잘 수 있습니다. USB 다니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많이 배웠음에 작은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잘 곳 필요하신 분들 하룻밤 마음 편히 주무시고 가시면 됩니다. 주소는 함양읍 대실곰실로 ***입니다”

농촌유토피아를 배우고, 농촌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며, 농촌유토피아를 실행하는 이를 통해 유토피아 씨앗이 뿌려지고 있음을 직면하는 순간이다. 농촌유토피아는 대단한 혁신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농촌유토피아는 먹고 사는 걱정이 없고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농촌을 말한다.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문화적 삶을 누리며, 개인의 자아실현을 향한 노력이 공동체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을 말한다.

새로운 농촌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인 교육 모델로, 이를 통해 모두가 꿈꾸는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사는 농촌’을 실현할 수 있는 작은 연장이 될 것임에 부푼 희망으로 들공식을 맞는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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