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새 치솟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 증가로 인해 정비사업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가 인상되면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도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면적 3.3㎡당 평균 분양가가 2063만 원으로 매매 시세인 1918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신축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4820만 원으로 매매 시세 4300만 원보다 520만 원 높았다.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청약통장이 있어도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쉽사리 신축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서울 한강 이북 지역 재개발 매물에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미 주변은 개발이 완료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으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 구역에 이목이 집중된다.
☞압구정역까지 4분 ‘금호16구역’
3·5호선 더블 역세권에 저층도 한강뷰
최고 26층 10개 동 탈바꿈…내년 착공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구와 송파구 지역에서 시작된 아파트 매매가 상승 흐름이 성동구에도 영향을 주며 강남 접근성이 좋은 성동구 금호동에도 수요자 및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1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2가 501-31 일대 재개발 구역인 금호16구역은 지난해 4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현재 이주 중으로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최고 26층, 10개 동, 595가구(일반 분양 57가구, 임대 120가구 포함) 단지로 탄생한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과 5호선 신금호역 더블 역세권으로 준공 시 금호동 내 최신축 아파트가 된다. 금호역에서 압구정역까지는 4분이면 도달한다.
금호16구역의 조합원 매물은 현재 전용 59㎡를 분양받는 기준으로 프리미엄이 6억 5000만~7억 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총투자 금액은 15억 원 선이다. 전용 84㎡ 기준으로는 초기 투자금이 9억 원 선이다. 금호동 A중개업소 대표는 “인근에 9년 차 신금호파크자이의 같은 주택형이 이달 7일 14억 70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비슷한 시세지만, 금호16구역은 준공 시 신축 효과로 최소 2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며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가 모두 조합원 몫”이라고 전했다.
구릉지에 조성돼 지대가 높고 언덕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반대로 낮은 층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또 금호16구역은 금호동 재개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느린 단지에 속해 이미 주변에 상가 등 생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012년 재개발이 완료돼 들어선 금호자이 1·2차 및 래미안하이리버에 이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금호두산아파트까지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 금호16구역이 완공되면 신축 대단지가 빈틈없이 형성된다. 금호두산아파트는 용적률이 249%로 재건축 시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았으나 지난해 정부가 8·8 대책으로 역세권 법적 상한 용적률을 최대 39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도 역세권 단지 준주거 종상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재건축에 힘이 실렸다.
☞도심·여의도 직주근접 ‘북아현2·3구역’
조합 내분·성당과 갈등 해소로 ‘탄력’
전용 84㎡ 조합원 매물 7억 프리미엄
금호16구역과 마찬가지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3구역도 북아현뉴타운 구역 중 사업 속도가 느린 곳들이다. 대규모 재개발로 1구역은 ‘힐스테이트신촌’ ‘신촌푸르지오’ ‘e편한세상신촌’ 등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북아현뉴타운은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과 아현역·이대역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광화문·시청·을지로·종로 등 도심 업무지구와 여의도 업무지구도 가까워 마포와 공덕을 잇는 직주 근접의 요지로 꼽힌다.
북아현2구역과 3구역은 각각 2320가구(임대 401가구, 일반 분양 673가구), 4739가구(임대 812가구, 일반 분양 1200가구)의 대단지 조성이 계획돼 있다. 2구역의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 3구역은 GS건설과 롯데건설이다. 2구역은 올해 상반기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3구역은 사업 시행 인가 준비에 들어간다.
그간 아현동성당과의 일조권 분쟁 및 조합 내분으로 사업이 미뤄져왔으나 이달 3일 가까스로 문제들이 봉합됐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성당 측에 성당 신축 비용 187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해결됐다. 북아현3구역도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 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려고 하면서 분쟁이 일어났으나 지난달 법원이 비대위의 행위를 절차적 하자로 무효 판결 내리면서 조합의 정비사업이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 회복으로 두 지역 조합원 매물의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는 기준으로 두 구역 모두 프리미엄이 7억~7억 5000만 원 수준이다. 인근 B중개업소 대표는 “사업을 가로막고 있던 상황들이 해결되면서 재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돼 매수 문의가 늘었다”며 “추가 분담금은 3.3㎡당 공사비를 750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최소 2억~5억 원 정도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북권 뉴타운 대장 ‘이문4구역’
초품아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호재
전용 39㎡서 118㎡까지 주택형 다양
대단지 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서며 대규모 주거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는 서울 동북권 이문·휘경뉴타운에서 주목받는 곳은 ‘이문4구역’이다.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2017년에 조합을 설립한 뒤 지난해에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고시됐다.
이문·휘경뉴타운에는 올해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와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를 합쳐서 총 9196가구가 입주한다. 이문4구역은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착공해 2029년 상반기 입주가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나섰으며 지하 4층~지상 40층, 22개 동, 3720가구(임대 580가구, 공공임대 357가구 포함)로 탈바꿈한다. 이 중 일반 공급 물량은 1132가구다.
전용 39㎡부터 전용 118㎡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고 경사도가 없으며 1호선 신이문역·외대앞역을 아우르는 더블 역세권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착공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계획대로 2029년 공사가 완료되면 이문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용지도 배정돼 있어 초등학교를 단지 안에 둔 ‘초품아’ 특징도 장점이다.
현재 조합원 매물의 프리미엄은 4억 5000만~5억 원 사이다. 감정평가 금액과 예상되는 추가 분담금을 합치면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의 총투자 금액은 14억 원 수준으로, 인근 래미안라그란데와 이문아이파크자이 같은 주택형의 시세와 비슷하다. 지난달 래미안라그란데 전용 84㎡는 13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문동 C중개업소 대표는 “근처 신축 아파트 단지가 가시화하면서 올해 들어 1억 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올랐다”며 “매수 문의가 많은 데 비해 매물이 계속 소진되면서 초기 투자 금액이 큰 물건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년 후 입주 시 시세 차익이 3억~4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재개발 구역들은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들이고 재개발 특성상 초기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목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건축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 추가 분담금을 보수적으로 계산하고 기대 수익은 과거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