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키즈’가 득세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신지애 키즈의 키즈’가 한국 여자골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잊힌 역사 속의 인물이 됐을 만도 한 신지애(37)는 여전히 현역 무대를 주무르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9일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총상금 1억 2000만 엔). 신지애가 또 하나의 빛나는 이정표를 골프사에 꽂았다. 바로 JLPGA 투어 통산 상금 1위 기록이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친 신지애는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우승한 이와이 치사토(일본)와는 4타 차이.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서 개인 통산 프로대회 66승이자 JLPGA 투어 31승째를 바라봤으나,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 후보이기도 한 이와이의 기세를 넘지는 못했다. 이와이는 대회 2연패이자 투어 통산 8승째다. 신지애는 시즌 개막전부터 우승 경쟁을 펼치며 30대 후반에도 정상급 기량 유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지애가 이날 받은 상금은 872만 엔(약 8500만 원). 이로써 2014년 JLPGA 투어 데뷔 후 누적 상금을 13억 8074만 3405엔(약 135억 3700만 원)으로 늘린 그는 후도 유리(13억 7262만 엔·일본)를 밀어내고 역대 상금 1위를 꿰찼다. JLPGA 투어 300번째 출전 대회에서 완성한 금자탑이다.
통산 50승의 후도는 이번이 496번째 출전 대회였는데 컷 탈락해 상금을 보태지 못했다. 곧 만 49세가 되는 그는 영구시드를 활용해 대회 출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컷 통과가 쉽지 않은 기량이어서 신지애의 경쟁자는 되지 못한다. 상금 3위는 13억 1983만 엔의 전미정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LPGA 투어 원정을 자주 다녔던 신지애는 올해는 일본 무대에 전념할 계획이라 상금 부문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PGA 투어에서 번 614만 8668 달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20억 7721만 원을 더하면 그는 한미일 투어에서 약 245억 2800만 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경기 후 신지애는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나흘간 후회 없는 플레이를 했다. (이 대회는) 2등만 두 번을 해서 빨리 우승을 하고 싶다”며 “겨울에 연습해온 것들이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나오면서 검증이 됐다. 다음 대회가 기대된다”고 했다. 통산 상금 1위 기록에 대해서는 “투어의 상금이 커지고 대회도 많아져서 이뤄진 기록이다. 그래서 투어의 기록이지 내 개인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회 스폰서들과 골프계에 애쓰시고 계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빨리 이 기록을 깨기를 기다리겠다. 물론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인데 후배들도 그만큼 노력해준다면 골프 전체의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첫 대회부터 대기록으로 기대를 키운 신지애는 이제 66승째를 노린다. 그는 LPGA 투어 11승,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 6승, JLPGA 투어 30승, KLPGA 투어 21승, 호주 투어 5승, 아시안 투어 1승을 자랑한다. 이중 공동 주관 대회가 포함돼 있어 통산 65승이다.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프로 최다 승다.
2020년 손목에 이어 2022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숱한 고비에도 신지애는 주니어 선수처럼 잠자는 시간을 쪼개 연습에 몰두하며 선수 생명을 연장해왔다.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지낸 그는 올해 ‘한미일 트리플 상금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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