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본인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론을 꺼낸 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계엄의 목적이 ‘권력 강화’가 아닌 거야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는 자신의 주장을 ‘임기 단축’ 결단으로 입증하려고 했다는 평가다. 다만 그간 개헌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윤 대통령이 정치적 벼랑 끝에서 선언한 권력구조 개편론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 최후 변론에 출석해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 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헌재의 탄핵안 기각을 전제로 1987년 이후 약40년간 그대로인 현행 헌법 체제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임기중 책임 총리제 도입 또는 개헌 방향과 관련해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를, 총리가 경제·사회 등 내치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 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선 “계엄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계엄 선포의 목적이 독재와 같은 ‘권력 강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야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국민 호소용’이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임기 단축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의미다.
현실적 제약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고 해도 사실상 정상적 국정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형국이다. 새 국정동력 창출이 필수적인데,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이 역할을 맡기겠다고 계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던진 개헌 카드가 막판 여론을 뒤흔들 승부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간 개헌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윤 대통령이 파면이란 벼랑 끝에서 선언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개헌론을 국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외려 여당이 전개해 온 개헌 논의에 찬물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개헌에 미온적 반응을 보여왔던 태극기 부대를 설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건 물론 개헌 논의에 유보적 자세를 취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란 진단도 여권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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