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척하고 있는 가운데 모디 총리는 관세 인하 문제와 미국산 무기 구매 등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12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와 다른 미국 기업 임원들과 회동도 제안됐지만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양국 간 무역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수년 간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국가에 가깝다. 실제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와 상품무역에서 지난해 457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2023년(432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국 위주로 고율 관세 위협을 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 입장에서도 불안함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지칭한 바 있다. 이에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부 차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해 “관세에 대한 더 강렬하고 지속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인도는 일부 미국산 상품을 대상에 적용되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도는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산 농산물 등 28개 품목에 관세율을 높였고 현재 이 중 20개는 같은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유사한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면서 “당국자들은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제한적인 무역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협상 환경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도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인도는 1600㏄ 이상 엔진을 장착한 대형 오토바이 수입 관세를 50%에서 30%로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산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드슨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서는 가운데 지난 5일 100명이 넘는 인도인이 미국 군용기를 타고 인도로 송환됐다.
미국산 무기 구매 논의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모디 총리와 통화에서 “인도가 미국산 보안 장비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모디 총리는 방문 기간 동안 전투기와 무인기 등 방위 제품과 미국산 석유를 더 많이 구매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원전 협력도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모디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원자로 공급에 GE 히타치 원자력,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 공사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자력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스리 차관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첨단 모듈형 원자로는 프랑스와 미국 모두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10일 프랑스를 방문하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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